"주한 호주대사 인종차별 부정에 분노…보도된 내용은 빙산 일각"
(시드니=연합뉴스) 정열 특파원 = 호주 시드니의 한 교민이 호주 내 인종차별 정서의 실상을 고발한 서한을 민주당 김한길 대표에게 보내 눈길을 끌고 있다.
시드니에서 27년째 살고 있다는 교민 이모 씨는 최근 교민언론을 통해 김 대표와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의 면담 내용과 관련한 보도를 접하고 '주한 호주대사의 인종차별 발언건에 대한 반론'이란 제목의 서한을 김 대표에게 보냈다.
이 씨는 서한에서 "최근 김 대표가 주한 호주대사를 면담한 기사를 읽었다"며 "그중 호주대사가 호주 내 아시아인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발언한 것을 보고 시드니에 27년간 살아온 교민으로서 도저히 그냥 있기에 정도가 심한 것 같아 한 말씀 올린다"고 운을 뗐다.
패터슨 대사는 지난주 김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김 대표가 호주 내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자 "일부 한국 언론의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보도 탓에 잘못 알려진 것"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해 논란을 빚었다.
이 씨는 "저는 한국에 민주화 바람이 한창이던 1986년 1월에 호주로 건너왔다"며 "그후 호주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이민자로 살아오다가 지금은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이민의 삶이 그렇지만 이런저런 불합리한 일들이나 차별을 많이 겪으면서도 그러려니 하고 넘기곤 해왔으나 주한 호주대사가 호주 내 인종차별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마치 한국 특파원 혼자의 의견을 보도한 것처럼 말한 데에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혹시 그 기사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기사는 모두 사실이고 오히려 빙산의 일각"이라며 "그런 일들은 늘 일어나며 제가 당한 일들은 차마 입에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씨는 특히 "누군가 사람의 얼굴에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혐오한다는 이유로 침을 뱉는다면 그것은 아마 200년 전 이주 초창기에나 있을 법한 일로 여기겠지만 저는 그 일을 2001년 시드니에서 당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아울러 "'아시아 세기의 호주' 백서를 선포한 이 나라 총리를 비롯한 정책입안자들은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들"이라면서도 "그러나 여기 일반 대중은 전혀 그런 걸 이해하지 못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안맞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끝으로 "이런 글을 드리는 이유는 (저는) 그런 일 당하는 것에는 면역이 되어서 일상이라고 치부하더라도 왜곡된 부분은 바로잡자는 취지"라고 마무리했다.
이 씨는 13일 "패터슨 대사가 한국의 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뻔한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면서 "왜곡된 발언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패터슨 대사에게도 김 대표에게 보낸 것과 유사한 내용의 서한을 영문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3 14:2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