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전 국장 "아베 총리, 한·중에 공세 빌미 줘"…아베 "외교 말할 자격 없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일본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한국, 중국과 마찰을 빚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 노선을 비판하자 아베 총리가 거칠게 반박했다.
아베 총리는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나카 히토시(田中均)씨가 아베 정권의 외교 정책에 대해 비판한 기사를 봤다"며 "그에게 외교를 말할 자격은 없다"고 맹비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절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지내며 북일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한 다나카씨가 12일자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역사인식 문제에 관한 일본 정치인들의 언행 탓에 '일본이 우경화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한국, 중국 등에 일본을 공격할 구실을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자 아베 총리가 반박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 글에서 2002년 고이즈미 총리 시절 납북 피해자 5명이 일본에 일시 귀국했을 때 다나카 전 국장이 북한의 요구대로 그들을 "북한에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을 거론했다.
반면 관방장관이던 자신이 납치 피해자를 북한에 보내선 안 된다고 주장한 끝에 납치 피해자와 그 자식들까지 일본으로 데려왔다고 강조한 뒤 "그때 다나카 국장의 판단에 따랐다면 5명의 피해자와 자식들은 지금도 북한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외교관으로서 결정적인 판단 착오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전의 (다른)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아베 총리는 또 "그(다나카 국장)는 (북한과의) 교섭 기록 중 일부를 남기지 않았다"며 "그는 외교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고, "(당시) 마이니치신문 등 일부 매스컴은 내 판단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했다"고 다나카와 인터뷰를 한 신문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앞서 다나카씨는 마이니치신문과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의 언행 탓에 일본이 오해를 받는 사례로 '침략의 정의는 확정돼 있지 않다'는 아베 총리의 이른바 '침략 정의' 발언과 무라야마(村山) 담화(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담화) 수정 발언 등을 거론했다.
그는 또 "일본이 중국, 한국과의 관계에서 고립되고 있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고 분석한 뒤 국익 차원에서 중국과 대화하려는 미국은 중국과 일본이 각을 세우는 상황은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나카씨는 또 "중국이 장래에 패권을 장악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은 조용히 할 일"이라며 "큰 소리로 '견제합니다'라고 하는 것은 외교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3 01: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