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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타격을 하는 조쉬 벨
-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벨이 나오면, 상대 수비진은 '잡아당기는 타격'을 의식한 수비 시프트를 가동한다. 2014프로야구의 트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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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타자 대비해 파격 수비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3년 만에 한국 무대에 재등장한 외국인 타자들이 '수비 위치'까지 바꿔놨다.
상당수 외국인 타자들이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풀히터'로 드러나면서 상대팀은 변형 수비(시프트)로 맞서고 있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에서 조쉬 벨(28)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SK 와이번스는 '파격적인 수비'를 펼쳤다.
2루수 나주환은 일반적인 수비 위치에서 1루와 우익수 쪽으로 이동해 잔디 위에 섰고, 유격수 박진만은 2루 베이스 바로 뒤에 위치했다.
3루수 최정은 3루 베이스 근처를 비워두고 평소 유격수가 서던 자리로 옮겼다.
외야수들은 모두 우익수 쪽으로 10∼20m 정도 이동했다.
스위치 히터 벨이 오른손 투수와 상대하기 위해 좌타석에 섰을 때의 수비 시프트였다.
LG 수비진도 SK 왼손 타자 루크 스캇(36)이 등장하면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양팀 모두 외국인 타자를 상대로 한 수비 시프트의 효과를 봤다.
벨은 3회말 2사 2·3루 타점 기회에서 SK 오른손 선발 윤희상을 공략해 1-2루 사이로 향하는 강한 타구를 쳤다.
일반적인 수비 위치라면 우전 적시타가 될 법한 타구였다.
하지만 '벨 시프트'를 가동한 SK 2루수 나주환은 정면에서 타구를 잡아, 쉽게 땅볼 아웃 처리했다.
이에 앞서 스캇은 3회초 2사 2루에서 LG 사이드암 우규민의 공을 받아쳐 우익수 쪽으로 낮게 떠 가는 타구를 보냈다.
이 타구 역시, 우전 적시타가 될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LG 2루수 손주인은 큰 움직임 없이 스캇의 타구를 뜬공으로 잡아냈다.
'분석'의 승리였다.
벨과 스캇 모두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밀어치는 훈련에 집중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팀 전력분석원은 '바깥쪽 공도 잡아당기는' 두 외국인 타자의 습관을 파악했고, 타구가 많이 향하는 1·2루, 우익수 쪽에 틈을 줄였다.
'확률'을 생각해 3루와 좌익수 쪽은 과감히 비워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는 수비 시프트를 자주 사용한다.
1946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1918∼2002)를 막고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감독 겸 유격수 루 부드로가 수비 위치를 이동한 게 '시프트'의 원조다.
이후 많은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극단적인 성향을 지난 타자와 상대할 때 적극적인 시프트로 맞섰다.
한국도 예전부터 수비수들의 위치를 조금씩 옮기는 소극적인 시프트를 사용하긴 했다.
2004년 6월 25일 당시 한화 이글스 유승안(경찰 야구단 감독) 감독은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서 8회말 1사 만루 수비 때 좌익수를 1루수로 쓰고, 1루수를 2루 베이스 위에 놓는 파격적인 수비를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국내에서 시프트가 일반화된 건, 좌타 거포 로베르토 페타니지 때문이다.
2008년과 2009년 LG에서 뛰었던 그는, 오른 다리를 1루쪽으로 벌리는 오픈 스탠스를 쓰며 적극적으로 잡아당기는 스윙을 했다.
결국 타팀은 1-2루, 우익수 쪽에 수비수를 모아두는 시프트를 펼쳤다.
페타지니는 수비수들이 모인 우측으로 좀 더 강한 타구를 날리려 하면서도 때론 비어 있는 3루를 향해 기습번트를 대며 시프트에 대응했다.
이후 이승엽·최형우·김태균 등 발이 느린 국내 타자들을 상대로도 2루수의 수비 위치를 우익수 쪽으로 멀리 잡는 수비가 일반화됐다.
하지만, 눈에 띌 정도로 적극적인 시프트가 거의 모든 구장에서 펼쳐지는 건 외국인 타자들이 재등장한 2014프로야구만의 특징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시프트를 사용할 만한 타팀 외국인 타자들이 많다"고 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3 09:1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