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은반의 최고 스타로 군림하며 세계인을 전율케 한 '피겨 여왕' 김연아(24)의 금빛 마지막 무대가 드디어 열린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새벽 3시46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선다.
옛 동독의 카타리나 비트(1984·1988년) 이후 26년 만에 역대 세 번째로 여자 싱글 2연패를 달성하느냐가 이날 판가름난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의 시즌 최고기록으로 선두에 나선 김연아는 24명의 출전 선수 중 24번을 뽑아 마지막 조의 마지막 연기자로 나선다.
결코 좋은 조건은 아니다.
김연아는 체력 소모가 많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조의 앞 순서보다는 다소 숨을 고를 수 있는 중반의 순서를 좋아하지만, 마지막 순서는 너무 오랜 시간을 긴장 속에서 기다려야 한다.
정빙 후 4분이 넘는 연기가 11차례나 이어진 다음에 경기에 나서야 해 얼음 상태도 나쁠 수밖에 없다.
심판진이 일관성 없는 판정을 내린 탓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74.64점), 카롤리나 코스트너(74.12점) 등이 턱밑까지 따라붙은 터라 부담감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피겨 여왕'의 마지막 연기를 보이기에 잘 어울리는 순서이기도 하다.
2006년 시니어에 데뷔한 이후 한 번도 시상대에서 내려온 적 없는 김연아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무대로 선택한 소치올림픽에서, 마지막 순서에 최후의 연기를 완벽하게 보여준다면 '피날레'로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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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 몰입 김연아
- 연기 몰입 김연아
다행히도 컨디션은 괜찮아 보인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을 마치고 "오늘이 최악이었다"며 긴장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지만, 그럼에도 74.92점의 고득점에 성공했다.
새로운 삼파전 구도를 형성한 소트니코바와 코스트너를 따돌리려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쇼트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실수 없는 깨끗한 연기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은 김연아 자신도 난도가 높이 짜였다고 이야기하는 만큼, 완벽한 연기를 펼치려면 마지막까지 버텨낼 힘과 체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은 아르헨티나의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작품인 '아디오스 노니노'다.
'아디오스 노니노'는 피아졸라가 아버지를 여의고 만든 일종의 진혼곡이라, 탱고 특유의 역동성에 애절한 슬픔이 녹아 있는 곡이다.
시니어 데뷔 시즌에도 탱고 곡에 맞춰 연기한 바 있는 김연아는 선수 생활의 처음과 마지막을 같은 갈래의 곡으로 장식하면서 한층 묵직해진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와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씩 프리스케이팅 실전을 치른 김연아는 몇 차례 실수를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연기의 완성도는 경기를 치를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연아가 2연패에 성공하면서 피겨스케이팅의 또 하나의 전설로 올라서며 화려한 '금빛 아디오스'를 온몸으로 외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눈이 소치로 쏠릴 전망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20 06: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