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발 확률 높아져
청와대, "북한 미사일 등 도발징후 예의주시 중“
북한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인 10일을 전후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추석 전에 포착된 도발 징후가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며 "(미사일 시설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 추대 20주년인 8일부터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사이에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해 왔다.
추석 연휴에도 국가안보실을 평시와 마찬가지로 가동하는 한편,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군의 대북 감시자산 증강 운용 등으로 미사일 시설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은 U-2S 고공 전략정찰기를, 우리 군은 RC-800, RF-16 정찰기와 피스아이(E-737) 항공통제기, P-3C 해상초계기 등의 감시자산을 각각 증강 운용하고 있다. 동해상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레이더(SPY-1D)를 갖춘 이지스 구축함이 출동해 있고, 지상에는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인 그린파인이 가동 중이다.
청와대는 실제로 북한이 도발한다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도발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관측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핵의 폭발력은 수소폭탄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만큼 이를 탑재할 이동수단이 완성됐음을 알리고 핵보유국 지위를 스스로 선언하려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하면 우방 등 국제사회와 공조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권부, 서열변화
한편, 북한은 지난 7일 노동당 제7기 2차 전원회의를 열었고 당 인사들을 대폭 물갈이하면서 권부 서열변화도 포착됐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전날 열린 김정일 당 총비서 추대 20주년 중앙경축대회에서 '주석단'에 앉았던 간부 25명을 거명했다.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은 전날 조선중앙TV와 마찬가지로 주석단에 자리한 간부들을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순으로 호명했다.
이전까지 북한 매체들은 주석단에 자리한 간부들을 김영남-황병서-박봉주-최룡해 순서로 주로 거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룡해의 이름이 황병서와 박봉주를 앞서고, 박봉주는 황병서를 앞섰다. 북한 매체가 밝히는 주석단에 나온 간부들의 순서는 권력 공식 서열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당 전원회의 직후 변화된 북한 권부의 판도를 엿볼 수 있다. 주석단은 북한의 공식행사 때 일반 참석자의 좌석과 구분해 행사장 단상에 배치된 일종의 귀빈석이다. 당·정·군 간부들은 공식 권력서열에 따라 주석단 자리가 정해지며 주석단 중앙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앞줄에서 뒷줄로 갈수록 권력서열은 낮아진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에서 최룡해는 당을, 박봉주는 경제를 대표하는 인물"이라면서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김정은이 당에 권력을 집중하고, 경제 분야에 더욱 비중을 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보다 그간 경제 분야 현지 시찰을 담당해온 최룡해와 박봉주를 전면에 내세운 것과 관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상황 속에서 어려운 경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룡해는 이번에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보선되고 당 중앙위 부장에도 임명돼 당·정·군을 아우르는 확고한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지난해 5월 북한의 7차 당 대회에서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거 당 비서에 해당)으로 임명된 김기남, 최태복, 곽범기, 리만건은 이번 주석단 명단에서 제외됐다. 반면 지난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임명된 9명 가운데 최룡해, 리수용, 김평해, 오수용, 김영철 등 5명만 주석단에 자리했다. 또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 새로 선임된 박광호, 박태성, 태종수, 박태덕, 안정수, 최휘 등 6명 모두 주석단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이 당 중앙위 부위원장 선임자 명단을 발표하면서 '해임 및 선거'라는 표현을 함께 썼다는 측면에서 김기남을 비롯해 이번 주석단에 자리하지 않은 멤버 4명은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김기남과 최태복 등 고령의 원로인사들이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이라며 "북한의 주요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당 중앙위 부위원장들이 상당수 교체되면서 앞으로 북한의 대내외 정책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