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5촌 살인사건, 재수사 시동
드디어 경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살인사건에 수사에 다시 나섰다. 피해자 고(故) 박용철씨의 차남인 고소인 박모씨는 29일 6시간30분에 걸친 경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경찰은 박씨의 지인을 비롯해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날 오후 8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박씨의 어머니는 취재진에게 "재수사를 하는 수사팀의 태도와 의지를 볼 때 지난번과는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 진실이 밝혀질 것 같은 기대와 희망이 생겼다"는 심경을 전했다.
그는 "재수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범인이 색출돼 마땅한 법의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며 "의혹 선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고소장에 제출한 여러 가지를 분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말씀드렸다"며 "고인의 지인들과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인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정모씨가 사건에 개입한 제3자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보도한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만 답했다.
이날 오후 2시10분쯤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로비에 들어선 박씨는 조사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진실을 밝히고 진짜 범인을 잡아 아버지와 삼촌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유가족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 사건이 친족 간에 일어난 단순 살인사건이나 자살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며 "새로 드러난 정황과 증거, 증인들이 있으므로 다시 한 번 재수사해서 진짜 범인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3자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조사를 마치고 나중에 밝히도록 하겠다"면서도 "생각하는 분이 있긴 하지만 밝히기는 조심스럽다"며 언급을 피했다.
당초 '의혹만 가지고는 재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경찰이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하는 상황에서의 심경을 묻자 조사에 동행한 박씨의 어머니는 "과거 수사의 미진함과 부적절한 조기 종료에 대해 경찰에게 의구심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며 "재수사에서만큼은 틀림없이 진실이 밝혀지고 (사건과) 관계된 모든 검찰, 경찰, 정계 인사들이 처벌받을 만한 일이 있다면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7일 서울북부지검으로부터 약 3000쪽에 이르는 수사 관련 기록을 넘겨받아 검토를 시작한 데 이어 고소인 박씨를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5촌 조카 살해사건은 박 전 대통령과 동생들의 육영재단 운영권 다툼이 계속되던 2011년 9월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인 박용철씨와 그의 사촌형 박용수씨가 북한산 자락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이다. 두 시신에서 마약성분이 들어간 졸피뎀 등이 검출돼 타살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박용수씨의 몸에서 발견된 유서와 주변인 조사 등을 토대로 박용수씨가 박용철씨를 살해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당시 수사가 미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의혹만으로는 재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유족 등은 "유도선수 출신의 건장한 망인을 왜소한 체형의 박용수가 여러 차례 칼로 찌르고 둔기로 머리를 내리쳤다는 살해방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망인과 박용수의 사체에서 평소 복용한 적 없는 졸피뎀과 디아제팜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져 제3의 인물에 의해 살해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주장하며 재수사를 요구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