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대응 “미국따로 한국따로?”위기에 북한 앞에서 작아지는 남한의 겁많고 비열한 군상들
청와대, “문 대통령, B-1B출격, 뉴욕서 사전보고 받았지만 NLL 준수차원서 한국군 불참 통보”
문재인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23일 B-1B 전략폭격기 편대의 대북 무력시위 전 연합 작전을 제안받았으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서는 작전 참여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NLL 이북의 공해상 작전과 관련하여 NLL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작전에 참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행과 관련된 작전 시기 등이 한미 간 공조 아래 진행됐다”며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에 있던 문 대통령에게도 (작전 전) 보고가 됐다”고 밝혔다.
미군 단독 작전으로 진행되면서 미국이 한국에 일방 통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문 대통령이 22일 밤 귀국하기 전 이미 B-1B의 작전 계획을 보고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NLL을 넘어서는 미국의 작전계획에 동의한 것이냐”는 질문에 “공조했다는 것은 사실상 동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군이 B-1B 작전 계획을 사전에 알렸더라도 구체적인 규모와 작전 범위 등은 막판에 통보 형식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고도의 군사 기밀을 요하는 무력시위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은 만큼 작전 계획은 임박해서 통보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왜 한미 연합작전을 하지 않았나?
청와대는 미국의 작전 계획을 전달받고 한국군은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한국군이 NLL을 넘어가 군사작전을 펼칠 경우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한반도 위기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뉴욕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군의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이번 B-1B 단독 출격 과정에서 미군 전략자산이 한반도 어디까지 작전해도 좋은지에 대해 한미 간 이견을 노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군 전략자산 순환배치 확대와 이를 최북단까지 전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NLL은 남북이 지켜야 하는 선이지만 제3국은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이를두고 “이는 정작 우리가 안보위기 당사국, 당사자들인데 청와대의 결정과 태도, 발언은 책임회피성 발언인지 전쟁을 막으려 했는지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미국따로 한국따로 한미군사동맹에 균열이 간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앞으로도 이렇다면 친구의 신뢰를 저버린 우리가 이익일까? 대한민국 헌법에는 북한도 우리영토이고 북한정권은 반국가단체인데 말이다. 우리는 깡패에게 늘 끌려다니는 비겁한 겁보들인가?”라고 고심하며 말했다.
갈루치 전 북핵특사, “수 시간 안에 군사충돌 일으킬 수 있다” 폭탄발언
한편,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몇 시간 안에 우리(미국과 북한)가 군사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25일(현지 시각) 강경화 외교장관이 기조연설자로 참여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오해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나는 수 시간 내(within hours) 우리가 군사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면서 “괌 주변에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떨어지거나, ICBM(장거리탄도미사일) 혹은 우리가 ICBM이라 판단하는 미사일을 (북한이) 고각이 아닌 정상각으로 발사한다면, 미사일이 미국 전투기나 다른 항공기에 근접하는 일이 있다면 미 국방부 장관이 '게임 시작!'이라고 말하는 것이 결코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갈루치 전 특사는 “누구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미국이 독자적 군사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는 단독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겠다는 확약을 받았는지 의문”이라면서 “그럴(한국의 승인을 얻을)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대북특사의 폭탄발언에 따른다면, 현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 미국은 한국이 빠진 듯 북한과 미국과의 문제로 결단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 전문가는 모 언론을 통해 북한 앞에서 작아지고 일그러지는 남한내 비겁한 군상들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본보는 전적으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에 그의 글을 개제 보도한다.
북한앞에 서면 작아지는 일그러진 군상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평양발 전운이 심상치 않다. ‘서울 핵 불바다’에 이어 태평양상 수소탄 실험을 위협하더니 그제는 외무상까지 ‘선전포고’ 운운하며 도발행보에 가세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김정은과 그 핵심 추종세력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심지어 그가 대단한 세계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양 치켜세우거나 마지못해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서로 말폭탄’ 같은 물타기식 양비론에 머문다. 북한 앞에만 서면 유난히 작아지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추대되기 6개월 전인 2010년 3월 초 서울의 어느 조찬 강연장. 베테랑 외교관 출신 인사의 기조연설 초반부터 좌중이 술렁였다. 노무현 정부 때 요직을 거쳐 이명박(MB) 대통령 취임과 함께 외교안보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를 맡은 이 연사의 발언이 문제였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건강을 회복하고… 후계자로 내정되신 분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권력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정일에게 깍듯한 존칭을 쓰고 김정은에게까지 ‘후계자로 내정되신 분’이란 표현을 써 논란이 일자 그는 “그분이 한 국가를 다스리는 분이라 예의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태도를 통해 그는 ‘매너 있고 경우 바른’ 외교관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3대 세습을 강행한 북한 정권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비판적 인식과는 큰 거리 차가 있다.
보수적 성향을 보인 MB 정부는 대북 이슈에 대한 철학이 부족했다. 전대미문의 북한 3대 세습이 한창 벌어지는데도 핵심 관료들은 그 심각성을 몰랐다. 비판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침묵했다. 김정은 후계 체제 구축에 양탄자를 깔아준 셈이다. 조선노동당 3차 대표자회(2010년 9월)에서 후계자에 오른 김정은은 이듬해 12월 김정일 사망으로 전권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집권 6년 만에 한반도 평화와 국제사회의 안정을 뒤흔드는 리바이어던(Leviathan)으로 등장했다. 독재권력 세습을 끊어버리거나 견제·약화시킬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후과(後果)다.
이처럼 북한 체제와 최고지도자에 대한 비판을 꺼리거나 은근히 감싸는 듯한 우리 사회 일각의 분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전·현직 대통령과 외국 국가원수 등에게는 존칭을 쓰지 않다가도 북한 김정은에게는 빼놓지 않고 ‘노동당 위원장’이란 직책을 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직함을 알리는 차원에서 한두 차례 정도면 충분한데도 말이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를 ‘리설주’로 표기하고, 노동신문을 ‘로동신문’이라고 써야 북한을 좀 아는 거란 착각이 학계와 언론 등에 만연하다. 남북 간 국어(북한은 조선말) 표기법에 대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잠정적으로 각기 표기 방식대로 쓰기로 한 남북 합의와 그간의 관례는 묻혀버렸다.
진보연(然)하는 인권운동가들과 환경단체도 북한에 눈감는 건 마찬가지다. 사소한 인권 침해와 갑질 행태에 감시의 눈길을 놓지 않으면서 탈북자 강제북송이나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는 아닌 보살한다. 세상에 어느 진보가 이 같은 폭압정권에 시달리는 동포를 방기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원전 폐기와 반핵을 주장해온 환경단체도 그렇다. 북한이 여섯 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자행하고, 풍계리 현장에선 방사능 누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붕괴·지진 등의 징후가 잇따르는데도 규탄성명이나 시위 한 번 없다.
천성산 도롱뇽과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보다 한반도 환경생태에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사안인데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피해 호소와 핵실험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건 중국 동북 3성 지역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이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이 ‘최고 존엄’ 운운하며 김정은 비판 목소리를 옥죄고 나서자 주눅 든 모습까지 보인다. 지난달 말에는 북한이 체제 비판한 번역서를 신간 소개란에 쓴 우리 언론의 문화 담당 기자 2명과 해당 신문사 대표에게 ‘사형’을 선고한다며 즉각 처단을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이 중앙재판소까지 내세운 유령 궐석재판을 벌여 우리 언론인에게 살해 위협을 가했는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항변조차 못했다. 언론자유 수호를 제일 가치로 표방하는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도 마찬가지다. 정부 대북부처도 미덥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4년째 수감생활 중인 선교사 김정욱씨를 비롯해 6명의 대한민국 국민 억류사태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책이 없다. 9억3060만 달러(약 1조521억원)의 대북 식량차관을 떼일 판인데도 상환 촉구는 미적거린다.
북한이 청구서를 수령하지 않는다며 볼멘소리에 그친 것이다. 핵·미사일 도발로 국민 여론은 부글거리는데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지원 결정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비판을 자초했다. 우리 국가원수에 대한 비방과 폄훼(貶毁), 국민을 상대로 한 위협이 도를 넘었는데도 대응은 안이해 보인다.
유엔 총회에 참석했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미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아도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이 선전포고이기 때문에 그럴 권리가 있다는 억지다. 이용호의 말대로라면 북한은 그간 무수한 대남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대남 특수부대의 청와대·연평도 타격 훈련장을 찾은 김정은이 직접 “남조선 것들 쓸어버리라. 서울을 타고 앉으라”는 등의 극단적 발언을 쏟아내왔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 관료와 정부부처 구성원의 주류는 민주화운동과 진보 사회활동 경험을 갖고 있다. 민주와 인권·자유·평화를 최고 가치로 삼는 걸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서도 제재보다 대화에 무게를 싣고, 인도 지원이나 경협·교류에 열린 마음을 보여왔다. 하지만 그들이 집권세력으로 맞닥트린 ‘북한’이란 현실은 녹록지 않다. 누구보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의 실체적 진실을 목도하고 많이 번뇌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 본색이 드러나면서 선택지는 분명해졌다. 박정희 대통령 18년 장기 집권과 전두환 시대를 건너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까지 무너트린 우리 사회의 민주화세력이 북한의 70년 노동당 독재통치가 영속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건 미망(迷妄)이다. 젊은 시절 권위주의 체제에 억눌린 헛헛한 마음을 현혹시킨 주사파류의 노폐물만 걷어낸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민족의 운명을 농단하는 김정은의 군사 모험주의 노선에 견결한 비판 목소리를 냈으면 한다. 북한 동포의 인권 회복과 민주화를 위해 서둘러 머리를맞대길 권한다. 혹여 하는 기대에 어물쩍거리기엔 임기 5년은 너무 짧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