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제사회에 “초강경 조치” 위협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완전 파괴' 발언에 대응, 태평양 해상의 '수소탄 시험' 가능성까지 흘리며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 뉴욕 맨해튼의 숙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공언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역대급 수소탄 시험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성명을 직접 발표하는 김정은
리용호의 말이 실제 조치를 염두에 둔 것인지, 미국을 위협하기 위한 수사(修辭)인지는 불확실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향후 도발 카드로 검토 중인 방안을 내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정은이 이날 성명에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리 부상의 말을 허언으로만 간주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태평양 상에서 수소탄 시험을 한다면 수소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태평양으로 발사해 이를 터뜨리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아 올 수 있다.
냉전 시기인 1950∼1960년대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태평양에서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쏴 공중 폭발시키는 실험을 실제로 수행했다. 그러나 1960년대 부분적핵실험금지조약(PTBT) 등 국제 합의를 계기로 대부분 지하 핵실험 방식으로 바뀌었다. 1963년 발효된 PTBT는 대기, 우주, 수중 핵실험과 당사국 국경 밖에 방사능 낙진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 핵실험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미국은 PTBT 발효 전인 1958년에는 태평양에 있는 존스턴 섬에서 미사일을 활용해 위력이 약 3천800kt에 달하는 핵폭발 시험을 하기도 했다. 당시 폭발은 수십㎞ 상공에서 이뤄졌다.
지하시설이 아닌 공중에서 하는 핵실험은 광대한 영역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1958년 존스턴 섬 핵실험의 경우 1천㎞ 이상 떨어진 하와이의 통신이 수 시간 동안 중단됐고 약 500㎞ 떨어진 곳에 있던 토끼의 안구 화상 사례가 발견됐다. 미국이 냉전 시기 태평양의 비키니 환초에서 한 수소탄 시험의 경우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의 선원들이 방사능에 노출돼 피해를 보기도 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6차례 핵실험을 했지만, 모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시설에서 하는 방식이었다. 이 가운데 1∼4차 핵실험의 경우 핵탄두가 아닌 핵폭발 장치를 터뜨린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던 북한은 작년 9월 5차 핵실험 직후 '핵탄두 폭발시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6차 핵실험 직후에는 수소탄으로 보이는 장구 모양의 탄두를 결합하는 핵실험 준비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핵탄두를 지하에서 터뜨리는 시험에 이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 쏴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시험을 추진한다면, 이는 국제사회에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는 수순이 될 수 있다.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면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해 일정한 고도의 기폭장치 작동을 포함한 실전 운용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탄두를 투발 수단에 결합한 전체 시스템이 완벽하게 작동하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미사일을 지난 8월 29일과 이달 15일의 IRBM '화성-12형' 발사와 같이 일본 상공을 넘어 태평양으로 발사할 경우 미국과 일본을 극도로 자극하는 도발 행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이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핵탄두에 핵물질 대신 비활성 물질을 채우거나 핵물질을 줄여 폭발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시험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도발로 간주돼 한반도 정세를 다시금 예측불허의 격랑에 빠뜨릴 전망이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