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북 '전쟁''대화' 동시 언급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2차 발사 이후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이 격화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ICBM 관련 처음으로 '전쟁'을 언급했다. 미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하려는 ICBM을 계속 개발한다면 북한과의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천 명이 사망한다면 그건 저쪽(한반도)에서 죽을 것이고 여기(미 본토)에서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 (트럼프가) 직접 나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미 정부의 강경조치를 예고했던 바다.
최근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등이 연이어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를 언급하며 대북 강경론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북핵·미사일 도발을 멈추도록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테이블 앞에) 앉아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정권교체나 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를 추구하지 않으며 휴전선 이북에 군대를 보내기 위한 구실도 찾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미 정부에서 조차 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미국 내 상반된 대북 메시지는 북한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방증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러시아 기업과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 독자제재를 거론하고 있으나 북한과 중국의 변화를 이끌어낼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전문가는 "미국 내 엇박자가 상대를 혼돈시키는 목적이라면 고도의 전략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부에서조차 합의점이 없다는 것이고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라며 "오늘 말과 내일 말이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까지 언행을 보면 대북정책에 대한 철학과 전략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레짐 체인지'는 현실적으로 힘든 얘기고 제재도 유효하지 않고 세컨더리보이콧도 미국이 중국과의 이해관계상 이행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북한을 옥죄는 결과도 못 낳을 것"이라며 "결국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유효한 정책은 대화밖에 없다는 내부 판단이 아니겠나"라고 분석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의 대북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2일 "'레짐 체인지' 등은 정부 밖에서 나오는 얘기고 '최대 압박과 관여'라는 미 정부의 대북 기본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며 "최근 ICBM 이후 잠시 대북압박에 무게추가 쏠렸을 뿐 북한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표는 동일하다. 한미 간 실무, 대사관, 장관 등 각 레벨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이날 한국을 제외한 북미간 직접 대화 가능성 등 '코리아패싱' 논란을 일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언급했다는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인터뷰에 대해서도 "우리는 공식적인 라인을 통한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논란을 진화했다. 미중 간 '파워게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양 측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받는 게 아니라 북핵에 대한 각자의 해법을 찾는 중이다. 국제사회에서 대단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이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대북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중될수록 우리 정부가 북한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김 교수는 "북한 김정은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료해 권력을 안정화한 후에야 대화에 응할 것이며, 남북 간 대화가 아닌 북미간 대화일 가능성이 높다"며 "결국 정부는 남북대화를 준비하되 향후 북미 대화나 미중 대화에 있어 소외되지 않고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미간 조율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도적 역할'을 근거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한미간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과거 경험 속에 답이 있다. 남북관계가 좋으면 한반도 문제를 우리가 주도하고 미국과 중국이 지지하는 모양새가 되지만 남북관계가 안 좋으면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게 된다"며 "미 조야의 이야기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북한에 물밑접촉하고 중국 러시아 등 중재자도 활용해서 북한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