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방산비리는 이적행위”
수리온 헬기 사업도 방산비리로 지적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산비리가 끊임없는 가운데 최근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수리온 헬기 납품과 관련해 방사청장 비리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방산비리 척결은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는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별 방산비리 사건에 대한 감사와 수사는 감사원과 검찰이 자체적으로, 독립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개별 사건 처리로 끝내지 말고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그 결과를 제도개선과 연결하는 국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민정수석실 주관으로 방산비리 근절 관계기관협의회를 만들어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과 방산비리 근절은 새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간절한 여망"이라며 "미룰 수 없는 과제이고, 새 정부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과거 참여정부에서 설치·운영한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는 2004년 1월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돼 대통령 주재 회의를 아홉 차례 개최하면서 당시 국가 청렴도지수와 반부패지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다음 정부에서 중단되면서 아시는 바와 같이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 훈령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해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고 관계기관 간 유기적 협조를 통해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방산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대책에 대해 "필요한 경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안건으로 올려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하고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은 국민과 한 최우선 약속이었고 국민의 여망"이라며 "참여정부에서 운영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복원해 국가 차원의 반부패 대책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반부패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는 것은 반부패 대책 추진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체감도를 높이는 데에도 효율적일 것"이라며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의 명칭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방산비리 근절 유관기관협의회 개최 및 운영방안도 검토·보고됐다"며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실 주도로 유관기관협의회를 구성해 방산비리 근절 활동을 종합적이고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박 대변인은 "유관기관협의회는 사정기관별 역할 분장, 방산비리 관련 정보공유, 방산비리 근절 대책 마련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품헬기”라던 ‘수리온’, 무엇이 문제인가?
'명품 국산 헬기'를 표방했던 '수리온'은 전투용은 커녕 헬기로서 비행 안정성도 갖추지 못한 상태로 운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펠러가 동체에 부딪히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결빙(結氷) 환경에서 비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표면이 얼어붙었다. 각종 사고와 결함으로 수리온은 2012년 12월 전력화 이후 5차례에 걸려 총 354일간 운항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서는 수리온 개발·전력화 과정 전반의 총체적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2014년 8월 육군항공학교에서 활주 이륙 훈련을 하던 수리온 16호기 동체 윗부분의 프로펠러와 동체 일부분이 부딪혀 두 부분이 파손되고, 그 충격으로 엔진까지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리온은 일반 헬기와 달리 비행기처럼 달리다 이륙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때 최대 출력을 낼 경우 프로펠러 높이가 낮아지면서 몸통을 때리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군은 이런 설계 결함을 시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사들에게 충돌 가능성을 알려주고 "활주 이륙 시 출력을 60%만 내라"고 교육하는 선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리온은 결빙 테스트를 건너뛴 채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공기 흡입구 등에 허용치를 초과하는 얼음이 생기면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고장을 일으킨다. 실제 이 문제가 2015년 세 차례 발생한 추락·비상착륙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방위사업청은 전력화 이후 결빙 성능 시험을 하는 것을 조건으로 일단 2012년 12월 수리온을 보급하기 시작했고, 2015년 10월이 돼서야 미국에서 결빙 성능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수리온은 101개 항목 중 29개 항목이 기준에 미달했다. 방사청은 2016년 8월 수리온 납품을 중단했지만, 불과 두 달 뒤 아무런 조치 없이 "2018년 6월까지 성능을 보완하겠다"는 개발주관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약속만 믿고 납품 재개를 승인했다. 수리온 사용 교범에 '착빙이 일어나면 신속히 해당 지역을 이탈하라'는 내용만 넣었을 뿐 운항 중단 지시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방사청이 국방부와 합참·육군 등에 수리온 전력화 재개 관련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내며 근거 없이 "결빙 환경에서 20분 이내는 안전 비행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KAI의 요청에 따라 결빙 성능 충족 시기를 유예해주는 등 '봐주기 정황'도 포착됐다. KAI는 시간을 벌게 되면서 지체배상금 4571억원을 면하게 됐고, 배치 시기가 늦어졌는데도 정부는 이미 배치된 수리온 개선 비용 207억원까지 그대로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수리온 앞유리에 내구성이 떨어지는 소재(솔라디온)를 장착하는 바람에 2013년 1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5차례의 파손 사고도 있었다. 솔라디온은 헬기에 사용된 전례가 없는 소재로 파손될 경우 작은 그물망 형태의 균열이 생겨 시야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또 낙뢰를 맞아도 총 92개 필수 장비가 정상 기능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국방과학연구소는 2008년 7월 "낙뢰를 맞아도 안전하게 착륙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임의로 판단, 21개 장비만 낙뢰 보호 기능을 설계에 반영토록 하고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처리했다. 헬기 내부에 빗물이 새는 사고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수리온은 2006년 6월부터 6년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개발됐고, 2012년 말부터 육군이 1조4000억여원을 들여 60여 대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기존에 발생한 3건의 엔진 결함 등 큰 사고에 218억원이 들었고, 이미 배치된 기종의 결함 수리 비용에 또 수백억원이 들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총체적 부실·결함에도 수리온 전력화 재개 결정을 내린 장명진 방사청장과 이상명 한국형헬기사업단장, 팀장 A씨 등 3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또 안전조치를 태만하게 한 육군항공학교장과 항공교 정비 업무 총괄자 등 2명과 육군군수사령부의 수리온 후속조치 업무 담당 과장 등 총 3명에 대해 경징계 이상 징계를 요구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