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손'에 놀아난 면세점 사업
박근혜-최순실 또다른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 커
면세점 사업의 특허 심사 과정이 비리와 부정으로 얼룩졌던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11일 드러났다. 감사원은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하지만 면세점 선정 절차를 주관하는 관세청의 현직 청장이 고발당하는 등 면세점 정책 전반의 부패상이 이번 감사로 만천하에 드러났다. 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15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관세청이 6개로 유지되던 서울 시내면세점을 3개 추가하겠다고 발표하자 호텔롯데 등 이 분야의 기존 강자는 물론 유통과 무관한 기업들까지 대거 뛰어든다.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후 관세청은 7월 대기업 몫은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중소기업 몫은 SM면세점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관세청은 심사 과정에서 호텔롯데는 190점을 적게 주고 한화는 240점을 과다 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를 떨어뜨리거나 한화를 밀어주기 위해 점수 조작을 한 것이다. 같은 해 11월 관세청은 10년의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면세점 3곳(호텔롯데 소공점, 호텔롯데 월드타워점, SK워커힐면세점)의 후속사업자를 선정한다.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호텔롯데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이 탈락하고 두산과 신세계DF가 신규 진입한다.
이 과정에서도 관세청은 호텔롯데 월드타워점에는 부당하게 191점을 적게 주고 두산은 48점을 적게 준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드러났다. 롯데는 한번 더 불이익을 받은 셈이다. SK워커힐면세점이 탈락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의혹들이 당시 업계에 돌았다. 이후 2016년 3월 정부는 면세점 특허 기간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특허 갱신을 허용하는 내용의 면세점 제도개선안을 발표하고 4월29일 외국인 관광객 특수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에 4개의 면세점 신규 특허를 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면세점 신규 허가의 기준인 ‘전년 외국인 관광객 수’에 2015년이 아닌 2014년 통계를 끌어다 썼다. 또 당시 정부의 각종 면세점 관련 정책을 두고 서울 시내에 이미 한 곳의 면세점을 운영하는 롯데에 특혜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면세점 선정을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관세청은 예정대로 12월 발표 일정을 강행했고 결국 호텔롯데 월드타워점은 면세점 사업권을 회복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한 시기는 2016년 3월이다. 이후 4월 관세청이 무리하게 면세점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만나 면세점 문제에 대해 ‘민원’을 냈다. 배석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SK는)워커힐호텔 면세점 사업을 지속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면세점 선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고발당한 천홍욱 관세청장
그러나 SK는 결국 면세점 사업권을 되찾지 못했고 SK가 최순실·정유라 관련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게 원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16년 5월 관세청장에 부임한 천홍욱 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의원들의 면세점 관련 서류 제출 요구를 회피하기 위해 보관 중인 서류를 업체에 돌려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고 이로 인해 고발됐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이 되기 전 최순실 측근인 고영태를 만나 ‘비밀 면접’을 봤고 취임 직후 최순실에게 식사대접을 하며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다.
스포츠닷컴 사회,경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