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 "이제는 제발 개고기를 먹지 맙시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서울 등 도심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캠페인이 있다. 초복을 앞둔 지난 9일 오후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스톱 잇 2017(STOP IT 2017) 이제 그만 잡수시개' 개고기 반대 페스티벌에서 동물보호단체들과 시민들이 개식용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개들이 '개고기'에서 해방된다는 의미로 독립운동가들의 옷을 입고 개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개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이들 단체회원은 절박했다. "구습과 미신으로 안타깝게 죽어가는 개가 한 해 300만마리에 달한다.
우리와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가 여름이면 두려움에 떨어야 하는 일은 이젠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는 애끓는 호소가 오가는 이들의 가슴에 와 닿았다. 이날 행사에는 동물보호단체는 물론이고 더불어민주당의 한정애, 김한정 의원과 정의당 이정미 의원, 서울시 수의사회, 경기도 수의사회 등 각계각층에서 참가했다. 역대 대선후보 중 가장 강력한 '동물복지 향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부쩍 커졌기 때문이다. 이정미 의원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1000만명 국민들과 생존권을 지키려는 개농장 업주들의 갈등이 첨예화되겠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육견협회를 설득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동물 반려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가면서 개는 단순히 애완견이나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면서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동물보호법을 일부 개정하는 등 동물 복지와 동물권 향상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반려동물에 대한 유기와 학대, 그리고 뿌리 깊은 '개고기 문화' 등의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물건이나 단순 소유라는 전근대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특별기획으로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공익캠페인을 통해 동물복지 선진화와 건전한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애견인구가 크게 늘면서 개식용 문제가 사회 이슈로 등장한 지 오래다.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은 보신탕이 체력과 정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가 없다. 이 때문에 식용으로 사육되는 연간 250만마리의 개 중 70~80%가 여름 시즌 복날을 전후해 도축된다. 아시아 전역에서는 매년 약 3000만마리의 개가 식용 목적으로 도축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극히 일부 국가에서 개를 식용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용견 농장에서 사육을 통해 개고기를 생산한다. 전국적으로는 1만7000여곳의 이른바 '식용견 농장'에서 매년 약 250만마리의 개가 사육되고 있다. 개고기를 판매하는 식당도 전국적으로 수천 곳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개식용 문화에 대한 오해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반려견'과 '식용견'은 다르다는 오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주인을 잃은 개들의 종착지에 유기동물보호소 외에도 개식용 농장과 시장도 포함된다는 현실은 '반려견'과 '식용견'의 구분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산업'으로서의 개식용은 예전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처럼 개인의 몸보신으로 끝나는 동물의 희생에서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번식업을 비롯한 관련 산업에서 비롯한 동물학대를 존속시키고 악화시키는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핵가족화,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개식용 금지 등 반려동물의 가족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이웃 대만의 경우 1998년 동물보호법을 제정하고 2001년 경제적 목적의 반려동물(개.고양이 등) 도살을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개.고양이 식용 금지'를 법제화했다. 황동열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는"새 정부가 결단력 있게 문제 해결에 나서 개식용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한 걸음 다가가야 한다. 최근 대만이 국가 주도 아래 개식용을 금지시킨 점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전 세계적인 행사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개식용 문제로 보이코트하는 나라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국적으로 1만7000여곳에 달하는 개 사육 농장이 운영되고 있는 데다 개고기 유통 및 판매 등에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며 여전히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단계적으로 식용금지를 추진할 필요는 있다. 실제로 식용견 관련 종사자가 15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랜시간 동안 개식용 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왔다. 다만 개고기를 대체할 음식이 충분한 만큼 정부 차원의 개식용 금지 로드맵을 수립하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업종전환 지원, 교육을 통한 국민 의식개혁을 통해 단계적으로 반려동물 선진국으로 나가는 방향이 바람직 하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이사는 "새 정부에서는 개식용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야 한다"면서 "개식용 종식에 대한 실질적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생업이 걸린 개농장 업주가 있으니 식용을 당장 금지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단계적인 금지를 추진해야 해야 한다. 개식용이 문화라고 주장하지만 문화는 항상 변하고 있고, 사회는 변한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츠닷컴 사회팀
한 수의사의 의견 <글쓴이 : 김재영 태능동물병원장>
개고기 식용 합법화 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을 들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논리다.우선 우리 민족 전통적으로 내려온 음식문화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적이고 비위생적인 도축시설과 유통과정을 위생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개선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해야 한다. 사실 개고기는 우리나라만의 전통 음식이 아니다. 서구에서도 인간에게 필요한 단백질의 공급원 역할을 하는 먹거리로 이용됐지만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동물복지와 생명권의 향상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이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베트남 등 몇몇 국가에서만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사육, 유통공급 되고 있을 뿐이다. 국내에서 식용으로 공급되기 위해 길러지는 개들의 사육환경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개들이 마음껏 뛰어다니며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두 세마리만 들어갈 수 있는 철로 만든 작은 울타리에 갇혀 지낸다. 개농장은 적게는 몇 십마리부터 많게는 1000여마리까지 집단 사육하고 있어 이로 인한 전염병 감염 노출과 스트레스 증가는 일상이다.
또한 수의사 처방없이 과량의 스테로이드, 성장 호르몬제, 항생제를 무한정 반복 투약하는 자가진료가 횡행하고 있다. 이런 개고기를 먹게 되면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는 사람도 항생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위생적인 방법으로 사육, 도축하고 합법적으로 유통이 된다한들 이미 성장 호르몬제와 항생제로 길러진 동물의 고기가 정말 안전한 먹거리일까. 그리고 사람들의 정력과 미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일까.
개 식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닭, 돼지, 소 등에 비해 개가 다른 동물보다 존엄하거나 가치 있는 동물이여서가 아니다. 인간과 오랜 세월동안 정서적으로 더 가깝고 친근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개는 1만 2000~1만 4000년 전 유라시아에서 기원하여 적어도 1만년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인간은 개에게 먹이와 안식처를 내주었고, 개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알려주었다.
이렇게 인간과 개는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며 성장해왔고, 이해관계와 애정의 결속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오랜기간에 걸쳐 점점 견고해졌다. 전통문화와 관습도 시대 상황에 따라 발전하거나 사라지게 된다. 오랫동안 당연시 되었던 가부장적인 관습들이 지금은 더 이상 당연한 게 아니다. 과거에는 젖먹이 갓난아이가 있는 공공장소에서도 스스럼없이 흡연을 했지만 지금은 식당뿐 아니라 자신의 아파트에서도 함부로 흡연을 할 수 없는 게 상식이고 문화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서라면 개고기가 아니더라도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줄 영양제나 건강식들이 무수히 많다. 농경시대 단백질 공급원의 하나였던 개고기가 현재는 기업형으로 개를 집단사육하면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로 범벅이 된 고기가 됐다. 또한 반려동물 양육인구 1000만 시대에 이젠 개고기를 먹는 게 상당수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준다. 이처럼 동물보호와 생명권 차원에서 개고기 식용 문제는 더이상 전통 음식문화가 될 수 없다. 우리사회가 생명을 존중하는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개식용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개식용에 대한 본지의 입장
본지는 개식용 문제에 대해 명확히 입장을 밝힌다. 기본적으로 본지는 ‘개식용 금지’를 표방한다.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첫째, 개식용, 비식용에 따라 정치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최근 각종 동물협회,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진보니 보수니 하는 정치 이데올로기가 개입, “반려견은 내 가족이다”라는 1000만 반려인들의 의견들을 일방적으로 왜곡, 빈축을 사고 있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둘째, 반려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동물생명권을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셋째, 반려견주들과 반려견들에 대해 건전하고 올바른 사회적 교육이 필요하다. 개에 대한 품종별 종류, 습성들에 무지해 “예쁘고 멋있다”라는 이유로 키우나 끝까지 책임지지 않고 타인에게 개로인해 피해를 입히는 사례(실외 배변예절 무지, 맹견들의 공격, 유기견 발생 등)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빨리 정치적 입장을 떠나 턱없이 비싼 반려의료비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 거의 대부분의 반려인들은 하루빨리 ‘반려동물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본지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더불어 본지는 개식용에 찬성하는 자는 본지 직원이나 기자로 채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편집국장 권병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