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 정상, 백악관서 공식 만찬
문 대통령, "트럼프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전적 공감“
문재인 대통령은 29일(미 현지시간) "과거에는 북한 문제가 중요하다면서도 실제 행동은 하지 않았는데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진행된 공식 환영만찬 인사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을 해결한다면 미국의 어느 대통령도 해결하지 못한 위대한 성과를 만드는 것이며, 대통령 또한 위대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강력한 힘에 기반한 외교'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경제·외교적인 수단을 활용한 압박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오랫동안 한·미가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전제하고 "북한 핵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음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방국으로는 유일하게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라며 "한국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이식(移植)한 나라는 미국으로, 한국의 성공은 미국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있었던 경제적 성과에 대해 축하드리며, 미국의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한국 역시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28일 콴티코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서 행한 연설을 거론하며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인 연설이었다"며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의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 드린다"고 화답했다.
백악관 공식만찬 메뉴, '화합과 협력' 상징의 비빔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위해 마련한 백악관 환영만찬의 주메뉴는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쌀밥과 고추장, 여러 가지 색깔의 나물이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은 그 자체로 화합의 상징이다. 여러 재료가 모여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화합'의 의미를 배울 수 있고, 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을 내는 점에서 '협력'의 의미가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빔밥의 이런 의미를 고려해 이날 만찬의 주메뉴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준비한 '차이브 버터와 허브로 조미한 캐롤라이나산(産) 황금미(米) 비빔밥'(Chive Butter, Herbed Carolina Gold Rice Bibimbap)에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사실 비빔밥은 우리나라가 주재한 외국정상과의 오찬 또는 만찬에서 단골로 테이블에 오른 메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정상 만찬 때 주메뉴는 봄나물 비빔밥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북핵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핵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비빔밥을 준비했다.
한·미 정상 간 백악관 만찬은 2011년 10월 14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만찬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백악관 공식만찬의 주메뉴로는 텍사스산 와규 요리가 나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만찬 하루 전인 13일 워싱턴 인근 한식당 우래옥으로 이 전 대통령을 초대해 비빔밥과 불고기로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기 위해 비공식 외부 만찬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배석해 비빔밥을 남김없이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정 시간보다 35분을 넘겨 모두 125분간 진행된 이날 만찬은 전채부터 후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뉴를 채워진 말 그대로의 '풀 코스'의 요리가 제공됐다. 전채로는 단호박 맑은 수프와 제철 채소로 만든 케넬이 나왔다. 케넬은 재료를 으깨 빵가루나 계란으로 덧입혀 굽거나 찐 프랑스식 요리다. 후식으로는 복숭아와 라스베리로 만든 테린과 바닐라-계피향 쇼트크러스트 및 복숭아 소르베가 나왔다. 식사에 곁들인 와인으로는 캘리포니아 소노마산 백포도주 2015년산과 캘리포니아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느와' 적포도주 2013년산이 제공됐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