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미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 가져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지도부 인사들과 각각 간담회를 갖고 한미동맹, 북핵,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 의회를 찾아 하원 지도부에 이어 상원 지도부를 잇달아 만났다. 하원 간담회에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비롯해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 등 8명의 의원이 참석했고, 상원 간담회에는 미치 맥코넬 공화당 원내대표와 찰스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 등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상·하원 지도부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한국은 정치적 시련을 겪었으나 한미동맹이 뿌리내린 민주주의로 극복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탄생시켰다"며 "한국의 촛불혁명은 미국이 한국에 이식해 준 민주주의가 활짝 꽃을 피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지난 60년간 한반도 전쟁을 막고 동북아 평화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저의 이번 방미가 군사·경제동맹을 넘어 항구적 평화를 이끌어내는 위대한 동맹으로 나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과 관련, "한반도 평화가 정착됐다면 웜비어의 불행한 죽음도 없었을 것이므로 나도 정치인으로써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고, 지난 14일 괴한의 총격에 부상을 입은 스티브 스컬리스 공화당 하원 원내총무의 사고에 대해서도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간담회에서 미국 상·하원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축하의 뜻을 전하고 북핵 문제 해결 등에 있어 강력한 한미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취임 후 첫 방미를 환영하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한미 양자관계는 매우 강력한 것이며, 이것은 공화·민주가 모두 동의하는 사안이다. 양국간 협력해 갈 사안이 많고, 특히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은 공통의 과제다. 양자간 논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도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는 대통령 개인의 승리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에 있어서도 대단한 승리"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으로는 완전한 폐기가 당연한 목표지만, 단기적으로는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전임자들이 이것을 해결하지 못했는데 문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미 상·하원 의원들은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한미 FTA 문제 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라이언 하원의장은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더 관여해야 한다는 데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은 무엇이냐", "사드 체제는 양국 국민의 방어를 위해 필요하고 안보를 위해 중요한 수단인데, 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북한 무기의 판매와 확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중국의 역할에 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고,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한미 FTA 문제를, 엘리엇 엥겔 하원 외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개성공단 문제를 각각 질문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문 대통령이 북한에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제안한 것을 거론, "이것이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냐"라고 물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역할에 대해선 "중국이 좀 더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을 만나면 논의하겠다"면서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에 대해 한국이 극복하도록 미국이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사드 배치에 대해 "저나 새 정부가 사드를 번복할 의사를 갖고 그런 절차(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버려도 좋다"고 밝혔고, 미측의 북한 무기의 확산 우려에 대해선 "북한 핵이나 미사일 자체도 문제지만, 미사일 등 무기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의 전달도 큰 문제"라고 공감을 표했다.
스포츠닷컴 국제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