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두차례 사의반려…사의 고수땐 리더십 타격 관측
'기초연금 소득따라 차등지급안' 靑 거부한데 '무력감' 느낀듯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진영 복지부장관이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과 관련한 진퇴를 놓고 청와대와 불협화음을 빚는 듯한 모습을 보여 향후 상황 전개에 관심이 집중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25일 기초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 사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사의설은) 없던 일로 하겠다"며 재신임 의사를 밝혔다.
장관의 사표 처리 절차를 보면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에게 제출은 하지만 총리가 임면권자인 대통령과 상의해 사표 수리 여부를 정하는 만큼, 재신임 결정은 사실상 박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때만 해도 '진영 사표소동'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렇지만 진 장관은 이틀만인 27일 다시 정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박 대통령이 재신임 의사를 밝혔음에도 사임 의지를 꺾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자 진 장관이 청와대의 '힘'에 무력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방식을 고려했다.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이 낮아지는 방식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안보다는 소득에 따라 차등지급하는 쪽을 선호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복지부는 청와대 보고에서 소득(소득인정액) 하위 70%에 소득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방식에 중심을 두고 보고했다. 하지만 복지부 보고에 대해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실은 이견을 보였고, 결국 청와대는 며칠 만에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안'을 복지부에 확정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이 지난 25일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평소 생각할 때는 장관을 잘해서 일을 맡겨주신 대통령에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한계, 무력감을 느껴 그만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
- 진영 장관 사임
- (서울=연합뉴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합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26일 오전 서울 계동 보건복지부에 출근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무실로 향하는 진영 장관. 2013.9.27 photo@yna.co.kr
그러나 정 총리는 이번에도 사표를 반려했다. 정 총리는 "진 장관이 국민을 위해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본인의 임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며 "장관으로서 다시 잘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표 반려는 대통령과 상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진 장관이 이날 사표 제출 사실을 알았고, 그 후에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하도록 정 총리에게 지시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정 총리로 하여금 사표를 돌려보내도록 한 이유는 정 총리가 밝힌 '반려의 변'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대해 '사과'하면서 "국무위원들이 어떤 비판이나 어려움이 있어도 새로운 다짐과 책임감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사명과 책임을 다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던 언급이 진 장관을 염두에 뒀던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진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함에 따라 이제 공은 진 장관에게 넘어간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사의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두 차례나 밝힌 상황에서 진 장관이 업무복귀를 거부한다면 그 정치적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매우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진 진 장관의 이런 행동은 자칫 '하극상' 내지 '항명'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그 경우 집권 1년차도 안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은 타격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야당의 공세에 더해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면서 박 대통령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다만 진 장관이 이날 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진 장관이 사의를 접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그러나 진 장관이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기초연금 공약 후퇴를 둘러싼 논란의 진폭은 더 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