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가파른 상승’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동안 ‘나홀로 강세’를 보이며 달러당 1100원 안팎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7월 들어 상승을 거듭, 1170원대로 치솟았다. 31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6원 오른 117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6월12일 1170.5원이후 3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하락으로 신음하던 수출기업들에게 환율 상승은 ‘가뭄에 단비’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엔화와 유로화도 약세기조를 이어가 환율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셀코리아’에 본격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강(强)달러 기조로
최근 환율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연내 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뚜렷한 언급은 없었지만 9월 또는 12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강달러 기조 속에서도 원화 가치 하락은 유독 두드러진다. 서울 외환시장과 외환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달(6월29일∼7월28일) 사이 원·달러 환율은 4.1% 상승(절하)했다. 이 기간 유로화와 엔화의 절하폭은 각각 1.0%, 0.8%에 그쳤다. 원화보다 가치가 더 떨어진 통화는 러시아 루블(-7.2%), 브라질 헤알(-7.0%), 칠레 페소(-6.3%) 등 5개국 통화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국가는 모두 주요 원자재 수출국으로 최근 원자재 가격 폭락이 통화 가치 하락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기대만큼 늘지 않을 듯
원화절하기조에 수출기업들은 숨통이 트일 듯하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과 어느 정도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원화는 그동안 나홀로 강세를 보여 수출기업의 애를 태웠다. 2012년 7월27일 이후 지난 28일까지 3년간 주요 통화의 미 달러화 통화가치 하락률은 러시아 45.6%, 브라질 39.9%, 일본 36.7%에 달한다.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2.2%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은 올해 들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외국인 이탈은 걱정, 1185원까지 상승 가능
환율 상승에 따른 가장 큰 걱정은 외국 자본의 이탈이다. 최근 환율이 오르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과 채권 매도 공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 한 달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 1조7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달에도 약 1조500억원어치를 팔았던 외국인들은 한 달 사이에 순매도량을 70% 이상 늘린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은 한 달 동안 7500억원어치 이상을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이미 충분히 반영된 만큼 환율이 추가 급등세를 이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그동안 (다른 통화와 비교해) 원·달러 환율만 상승폭이 컸다”며 “2012년 고점인 1185원 정도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