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 프랑스에 주재하는 중국 외교관들이 티베트인들의 억압상을 취재·보도한 프랑스 기자의 기획물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14일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국제뉴스 전문채널 프랑스24 TV는 시릴 페이앙 기자가 티베트에서 현지 취재해 제작한 '티베트에서의 7일'이라는 기획물을 지난달 30일 방영하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페이앙 기자가 티베트에서 비밀리에 촬영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티베트인들이 중국의 통치로 억압받고 있고,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5년 전 주장한 '문화적 말살정책'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24 TV 측은 이 다큐멘터리가 보도된 이후 프랑스 주재 중국 외교관들이 이 기획물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거나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사를 제작한 페이앙 기자는 티베트에서 취재를 마치고 태국으로 돌아온 이후 태국주재 중국대사관에 출두할 것을 요구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그러나 "위험하니 가지 마라"는 주위 사람들의 충고에 따랐다고 말했다.
페이앙 기자는 프랑스 외무부와 프랑스24 방송국이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자신은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국제 언론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는 성명을 내고 "마피아들이나 저지르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프랑스와 태국 주재 외교관들이 기사 내용을 바꾸라고 위협하고 기자를 조사하려는 의도로 소환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마르크 사이칼리 프랑스24 보도국장은 중국 외교관들의 행태를 프랑스 당국에 알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14 19: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