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정비하고 임기응변 또는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다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바꿔보자는 취지로 다문화비평가협회를 창립했습니다."
박천응(52) 다문화비평가협회 공동대표(안산이주민센터 대표)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너도나도 다문화사업을 벌이고 정부도 상당한 예산을 다문화 분야에 쏟아붓고 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뚜렷한 지향 없이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다문화비평가협회는 박 씨 외에 정영태 인하대 교수(상임공동대표) 등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분야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거나 관련기관에서 3년 이상 일한 이들 총 50명으로 구성된 다문화비평가협회는 내주까지 70시간의 소양교육을 마친 뒤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비평가협회의 활동은 우선 영화와 방송, 사진, 보도 등에서 다문화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를 자세히 분석하고 나름의 성과물을 통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방송에서 다루는 다문화 프로그램도 세밀하게 분석해 적당한 시기에 보고서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사회적 담론 형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각 정부 부처가 따로따로 이주민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부 중복 논란까지 이는 것은 다문화에 대한 총론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전문가들도 정부의 다문화 프로젝트 사업을 수행하느라 담론 형성에 힘쓸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사회 전반의 올바른 다문화 담론이 부재한 것은 다문화를 생활이 아닌 법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부처마다 관계된 법령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사람을 놓고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온다는 말이다.
그는 또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를 예로 들며 "다문화인식은 이제 이주민들이 서툴게 한국에 적응하는 모양을 즐기는데 만족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내국인들이 다문화사회에서 소외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문화적 공생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국인들이 다문화적 소양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나중에는 다문화사회에서 소외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문화비평가협회는 내국인들이 이주민들을 소수의 '타자'(他子. 우리와 다른 남)로 보는 태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내국인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을 넓혀나갈 생각이다.
그는 지난 4월 협회 출범을 준비하면서 내국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레카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나름의 성과를 소개했다.
청소년들은 처음 '다문화'에 대해 '무섭다' '범죄' '위장결혼' 등 부정적인 생각을 먼저 떠올리지만 직접 이주노동자 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편견에 치우쳐 있음을 깨닫더라는 것이다.
박 대표는 또 "내국인 뿐아니라 이주민들도 내국인과의 교류와 소통이 단절돼 있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국인들 역시 '배타적' '이기적' '무례' 등 내국인들에 대해 갖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내국인들이 직접 다문화를 접하는 것만큼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들 스스로 다문화 담론을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 및 청소년들에게 교실에서 다문화가 어떤 것인지를 가르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들이 직접 다문화를 체험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면서 "다문화비평가협회는 청소년들이 다문화사회를 접하고 나름 필요한 정보를 취재해 신문을 제작하는 등 스스로 우리 사회의 다문화 담론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신학대학과 대학원에서 사회학과 경영학 등을 공부한 목사로, 지난 2월 인천대학교에서 다문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인하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8 16: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