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전국 다문화가족 배드민턴대회에 2년 연속 참가한 잉꼬부부가 있다. 5년 전 결혼한 캄보디아 출신의 타잉속 첸다(26) 씨와 손길찬(45) 씨.
11일 제4회 대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부부간의 정을 더 돈독하게 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손 씨는 "실력이 별로여서" 응원만 하지만 첸다 씨는 캄보디아에서부터 닦아 온 실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서울 중랑구 대표로 단식에 출전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어머니가 운영하는 빵가게 일을 돕던 첸다 씨는 6년 전인 2007년 봄 이모와 결혼한 한국인 이모부의 소개로 손 씨를 알게 됐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소개를 받았지만 처음에는 한국말을 전혀 못해 석 달여 한국어학원에 다닌 뒤에야 첸다 씨는 조금씩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보낸 뒤 2008년 7월 캄보디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첸다 씨는 "당시 한국 드라마를 본 적은 있지만 요즘처럼 한류 붐까지는 아니었고 요즘 캄보디아 사람들처럼 한국에 대한 동경심이 크지는 않았다"며 "그런데 한국에 먼저 와 친구들과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첸다 씨가 한국에 온 뒤 국제결혼 바람이 불면서 그녀가 살던 동네를 비롯해 캄보디아에서는 한국으로 결혼이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또 지난해 말 어머니가 다녀간 뒤에는 한국인 신랑감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어머니가 동네 사람들에게 '우리 딸 잘살고 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캄보디아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확실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소개를 못 하고 있다.
그는 "남편처럼 다정하고 활달한 사람을 찾으려다 보니 쉽지 않다"며 "소개해 줬다가 나만큼 행복하지 않으면 내가 너무 미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첸다 씨는 "남편은 내가 처음 한국 왔을 때부터 이해를 많이 해 줬고 성격이 쾌활하고 장난기가 많아 늘 웃으면서 산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씨는 "이 사람도 장난기가 장난이 아니다"라고 맞장구쳤다.
중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첸다 씨는 사회생활도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옆에서 귀띔했다.
의료기구를 조립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첸다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교회나 다른 단체에서 다문화 강사로 캄보디아 언어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때때로 중랑경찰서나 법무부의 요청으로 캄보디아어 통역으로 나서기도 한다.
불교도 아니냐는 물음에 첸다 씨는 "캄보디아에서는 불교도였지만 한국에서는 남편을 따라 교회에 간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에 다닌 지 2년 만에 담임목사의 추천으로 집사가 됐다.
그녀는 틈틈이 모은 돈으로 캄보디아에 사는 어머니에게 용돈도 조금 보내고 동생 학원비도 보탠다.
중랑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관계자는 "이주여성들이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남편의 배려가 필수적"이라며 "손 씨네 부부는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이들이 본받을 만한 모범케이스"라고 전했다. 두 사람은 또 수시로 봉사활동을 하며 자신들 외에 타인에게도 행복을 전하고 있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회에는 전국 각지의 다문화가족 192가구 528명이 참가했다.
(캄보디아에서 온 신부 타잉속 첸다 씨와 남편 손길찬 씨)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1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