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잘못된 인사로 초래된 국격추락 사과해야"
"공직자 개인의 처신문제…인사시스템과는 무관" 반박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 '1호 인사'로 통하는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새벽 방미 수행 중 발생한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되자 정치권에서는 '불통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조각이 우여곡절 끝에 완료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불통인사' 논란은 윤 대변인이 해외 공무수행 중 일으킨 '돌출 행동'으로 다시 정치권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특히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해외방문을 수행하면서 '청와대의 입' 역할을 하는 고위 공직자가 현지에서 일으킨 불상사인데다, 이런 사실을 외신까지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국가 품위를 훼손했다는 비판까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윤 대변인의 경우에는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처음으로 단행한 인사 가운데 한 명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인물이다.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도 인선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인수위 대변인과 청와대 대변인으로까지 중용했다는 점에서 '불통인사'가 빚은 참사라는 비판을 비켜가기 힘들게 됐다.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좀더 명확하게 가려져야 하지만, 전격 경질까지 이른 파장의 심각성만 놓고 본다면 새 정부 출범 초반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공직자의 '줄낙마' 사태에 정점을 찍은 모양새다.
당장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인사시스템을 겨냥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민주당과 국민이 임명을 반대했음에도 대통령이 강행했던 '오기인사', '불통인사'의 대표적 인물"이라면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잘못된 인사가 불러온 국격 추락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도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킨다고 그런 몰지각한 행위를 했다면 청와대도 국민에게 할 말 없는 것"이라면서 "윤 대변인은 그동안 제한적으로 이뤄진 인사의 대표적 인물이었기 때문에 더는 이런 일이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인사 시스템까지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여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인사권자는 일단 지명하거나 내정하면 믿고 끝까지 가야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다"면서 "임명받은 사람이 제대로 일하고 처신을 잘하는 게 문제지 속속들이 미래 일까지 예견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직자도 "진상을 파악해야 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모르고 저지른 처신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상상조차 못 할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아연실색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라고 해서 대충 넘길 수는 없는 사안으로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면서 "공직자들이 긴장하고 조심하면서 지내야 하는데 국민을 걱정시켜 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한국 패션 외교에 흙탕물을 끼얹은 격으로 국가적으로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대통령이 정상외교 와중에 대변인은 성추행이라니 참으로 창조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이 공직 입문 전 한 칼럼에서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단일화를 지지하는 국민에 대해 "정치를 망친다"고 말한 데 빗대어 "윤창중이 국격을 망쳤다", "창조경제라더니 이 게 윤창중식 창조외교냐"라는 네티즌들의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직 한쪽의 피해 사실 주장만 있을 뿐 사건의 실체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인격 살인'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다.
한미 수사 당국의 조사로 윤 대변인이 받는 혐의의 사실 여부가 확실히 밝혀지고 나서 잘잘못을 가려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윤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방미 순방을 위해 현지에서 채용된 인턴 여대생과 술을 마시다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10 10: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