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퇴행성 관절염에 시달리는 오귀스트 르누아르(미셀 부케)는 누드모델 데데(크리스타 테렛)를 만나면서 만년의 걸작들을 양산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부상을 당한 채 귀향한 아들 장(빈센트 로티어스)은 대담하고 아름다운 데데에게 매혹되고, 야심 가득한 데데는 장에게 영화감독이 되어 자신을 배우로 써달라고 요청한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근대의 유명한 예술가인 르누아르 부자(父子)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손발을 제대로 쓸 수 없으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오귀스트와 뭐하나 되고 싶은 게 없던 위대한 예술가의 아들 장, 그리고 그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킨 여자 데데가 이야기의 축이다. 여기에 한 폭의 그림 같은 영상들이 스크린을 수놓는다.
르누아르의 그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화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붓을 이용해 여러 차례 덧칠한 그림처럼, 영화의 화면은 깊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을 전해준다. 풀밭에서 한 여성을 조명하는 장면은 아예 르누아르의 그림을 큰 화면으로 보는 것 같은 경이로움마저 안긴다.
영화는 초반, 예술가 오귀스트에 초점을 맞추다가 장의 등장과 함께 중심추를 장 쪽으로 옮긴다. 남성 편력이 화려한 데데를 질투의 시선으로 욕망하는 장의 이야기가 영화에 잔재미를 전한다. 여기에 데데를 바라보는 늙은 오귀스트의 미묘한 시선이 극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킨다.
예술을 둘러싼 르누아르 부자의 다른 태도도 이 영화의 흥미로운 대목이다.
"인생은 우울한 거 투성이인데 아름다운 것만을 그리고 싶다"는 오귀스트와 "전쟁 속에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신경 써야 한다"는 장의 입장이 부딪힌다.
질 부르도스 감독은 철저하게 유미주의에 천착했던 오귀스트와는 달리 연대와 현실이라는 끈을 놓지 않았던 장의 모습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데데의 유혹을 뿌리치고 재입대하는 장의 모습을 통해 '위대한 환상'(1937)이나 '라 마르세예즈'(1938) 같은 걸작의 태동을 암시하기도 한다.
오랜 경륜을 자랑하는 미셀 부케의 단단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영화는 제65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의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2월13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1분.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04 07:0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