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옥 시인·이무성 화백 작품 전시 "국난 맞선 조선여성 일본도 알아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사나이 세상에 태어나 /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는 것 / 그보다 더한 영광 없을지어니….'(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헌시 중)
일본 정부의 역사 도발로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의 심장부 도쿄 한복판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여성항일운동가들을 추모하는 시화전 '여명을 찾아서-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독립운동의 여성들'이 열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민족문제연구소와 한국문화사랑협회 등에 따르면 도쿄 신오쿠보 고려박물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윤옥(55) 시인과 이무성(71) 화백의 시화가 전시돼 있다.
시화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1927), 3·1 만세 운동을 펼치다 순국한 동풍신(?∼1919), 임신한 몸으로 평남도청에 폭탄을 던진 안경신(1887∼?) 등 여성항일운동가 20여명을 작품 속 주인공으로 삼았다.
이윤옥 시인은 안경신 열사에 대해 '치마폭에 거사 이룰 폭탄 몰래 숨겨 들어와 / 신의주 철도 호텔, 의헌경찰서, 평남도청에 던진 그 용기'라고 칭송했다.
동풍신 열사를 가리켜서는 "관순을 죽이고 풍신을 죽인 손 / 정의의 핏발은 결코 용서치 않아'라고 노래했다.
이윤옥 시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구하고자 몸과 마음을 던진 조선 여성들이 있었다"며 "일본인도 이를 알아야 한다"고 도쿄 전시회의 의미를 전했다.
특히 행사장인 고려박물관은 과거사를 반성하는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곳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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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심장' 도쿄 한복판서 열린 여성항일운동가 시화전
-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29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여성항일운동가들을 추모하는 시화전 '여명을 찾아서-시와 그림으로 표현한 독립운동의 여성들'. 2014.2.4 << 한국문화사랑협회 제공 >> tsl@yna.co.kr
일본인들인 고려박물관 소속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들은 작년 5월부터 여성항일운동가의 역사를 공부했으며, 10월에는 히구치 유이치 관장을 비롯한 회원 9명이 직접 한국을 찾아 관련 특강도 들었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이윤옥 시인과 이무성 화백의 시화 작품을 접했고 현지 전시회를 제안해 이번 행사가 성사됐다.
시화전을 주관한 고려박물관의 와타나베 야스코 간사는 "군 위안부 문제는 들어봤지만,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관람객들은 놀랍고 존경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윤옥 시인은 지금껏 과거사 청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이번 시화전에 쓰인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1∼3권을 비롯해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를 해부한 '사쿠라 훈민정음', 친일문학 풍자 시집 '사쿠라불나방' 등을 펴냈다.
그는 다음 달 전시장을 찾아 일본 현지 관객을 대상으로 여성항일운동가에 대한 특강도 열 계획이다.
시화전은 내달 30일까지 열린다. 2012년부터 세 차례 국내에서 열렸지만, 해외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에는 지난 2일까지 400명에 달하는 관객이 몰렸으며 이 중 대부분은 일본인이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04 10: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