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밑 슬레이트집서 생활…증평 '자원봉사왕'으로 불려
(증평=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설을 앞두고 불우이웃에 위문품을 전달하기 위해) 바람이 쌩쌩 부는 날, 증평 도안면의 한 산 밑 허름한 슬레이트집을 방문했을 때 놀랄만한 사실을 알았다. 평소 '증평의 자원 봉사왕'으로 생각했던 사람을 만났다. 그때야 이곳이 그의 집이라는 것을 알았다. 허리가 불편한 그의 남편은 냉기가 흐르는 차가운 방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있었다.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됐다고 한다. 그 역시 선천성 소아마비와 청각 장애로 근로능력을 상실해 기초생활 수급비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말할 수 없는 어려운 현실에 있으면서 한 번도 내색하지 않고 수십년 동안 자원봉사의 길을 걸어온 그에게 존경의 인사를 했다"
홍성열 충북 증평군수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한 자원봉사자의 가슴 뭉클한 사연이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박길자(59·여·증평군 도안면 화성리)씨다.
평소 왕성한 봉사활동을 펼쳐 '증평의 자원 봉사왕'으로 불린 그의 생활은 딱하기만 하다. 선천성 소아마비가 있을 뿐 아니라 한쪽 귀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에 의존하는 청각장애까지 있다.
남편도 몇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됐다. 이 때문에 그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주는 70만원도 되지 않는 생계 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의 집도 10여년 전 화재로 방치된 주택을 빌린 것이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지만 그의 생활은 자원 봉사 그 자체다.
그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바람이라도 막아주는 집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며 "어려운 사람을 돕다 보면 마음은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부자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증평 종합사회복지관, 삼보 사회복지관 등 증평군 내 각종 기관·단체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주로 무의탁 노인들의 목욕, 식사 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펼친다.
증평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풍물놀이 지도도 한다. 예전에 주민자치센터 등에서 배운 풍물놀이로 재능기부를 하는 것이다.
요일별로 봉사활동 스케줄이 꽉 차 있다.
특히 화요일은 아침부터 시작된 봉사활동이 저녁 늦게 끝날 정도로 바쁘다. 오전에 증평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의 목욕을 시켜준 뒤 오후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풍물을 가르치고, 의용소방대원들과 증평 요양원을 방문해 또 봉사활동을 한다.
그가 자원봉사 활동을 시작한 것은 26년 전부터다.
그는 "결혼 초 유산(流産)한 뒤 자녀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자식에게 줄 사랑을 이웃에게 베풀자는 마음으로 무의탁 노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을 조금씩이라도 나눠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04 09:4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