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21세기 들어 세계 곳곳에서 쓸모없어진 산업유산이 멋진 예술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를 개조한 영국 템스 강변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옛 전선(電線) 공장 자리에 갤러리와 미술관이 들어선 중국 베이징 798예술지구, 제련소 공장의 환경 오염물로 죽어가던 섬이 통째로 예술의 섬이 된 일본의 나오시마와 이누지마 등이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옛 정수장을 활용한 선유도공원, 옛 수도가압장을 되살려 활용한 윤동주 문학관 등이 손꼽힌다.
신간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는 이 같은 산업유산 재활용 프로젝트 사례를 풍부하게 소개하고 분석한 책이다.
10여 년간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인 김정후 박사가 썼다.
산업유산의 재활용 프로젝트는 유럽에서 시작됐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유럽은 주요 산업 시설을 도심 한복판에 세워 사용했다가 나중에 방치되자 재활용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개성이나 환경에 따라 재활용 방식은 천차만별이었지만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가급적 그곳에 쌓인 시간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고 최선을 다한 점은 공통적이었다.
저자는 사례마다 하나의 산업유산이 그 도시에 자리 잡은 역사적 연원부터 그 도시와 오랜 시간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부터 설명했다. 덕분에 독자는 도시와 주변의 맥락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수력발전소에서 독창적인 레스토랑과 갤러리로 변신한 런던 와핑 프로젝트, 제철소로 사용되다가 세계 최대의 미디어아트센터가 된 독일 카를스루에 미디어아트센터, 감옥이 최고급 호텔로 거듭난 핀란드 카타야노카 호텔 등 유럽 전역의 열네 가지 사례가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된다.
저자는 "한번 우리 주변을 돌아보자. 어려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크고 작은 공장들이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라며 "더 늦기 전에 남은 건물들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는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돌베개. 328쪽. 1만6천원.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0 16: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