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의혹으로 재계약서 탈락…"당분간 솔로 활동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사람들이 그렇게 말해요. 빈 심포니 수석이라서 네 음악을 사랑한 게 아니라고요. 빈 심포니 수석 이전에도, 이후에도 네 음악을 사랑하고 지켜볼 거라고요. 이런 말을 듣고 어떻게 제가 계속 슬퍼할 수 있겠어요."
빈 심포니 수석으로 활약하다 지난달 재계약을 묻는 단원 투표에서 탈락한 플루티스트 최나경(30) 씨는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물론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감정이 많이 정리됐다"고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4월 치른 오디션에서 심사위원 20명의 만장일치로 빈 심포니 수석 플루티스트가 됐지만 입단 1년 만에 이곳을 떠나게 된 최씨. 이와 관련해 인종차별·성차별 의혹이 제기돼 음악계에 큰 파문이 일었다.
최씨는 "입단 직후부터 일부 단원을 중심으로 인종차별적인 언행이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라고, 귀고리가 너무 길다고, 입단 첫해부터 단원들과 밥을 같이 먹으러 다닌다고, 사람들과 포옹하며 인사한다고 욕을 먹었어요. 너무 심하게 당한 날은 집에 돌아와 엉엉 울기도 했죠. 하지만 가장 열심히 하는 사람, 제일 잘하는 사람이 되면 별문제가 없을 줄 알았어요. 지금과 같은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그는 그간의 부당한 일들을 털어놓으면서도 빈 심포니 전체가 '인종차별 집단'으로 비치게 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빈 심포니의 좋은 동료들'에 대해 설명하는 데 인터뷰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아직도 많은 동료가 절 보면 눈물을 글썽거려요. '우리가 이토록 바보 같은 오케스트라인지 몰랐다고, 재스민(최나경의 영어 이름)이 재계약에서 탈락한 날을 오케스트라의 '블랙데이'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하죠. 그간 인터뷰를 망설였던 이유도 제 발언으로 인해 이토록 좋은 동료들에게 어떤 해를 끼치게 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는 빈 심포니의 1년을 악몽이 아닌, "행복했던 시간"으로 추억한다. 실제 그는 여전히 빈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럽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분간 오케스트라 활동은 접어둘 계획이다. 재계약 탈락 소식이 전해지고 세계 여러 유명 오케스트라에서 입단 제의가 왔지만 그는 이를 모두 거절하고 있다.
그는 "아직 마음에 데인 자국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당분간은 솔로 활동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는 6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이베르의 플루트 협주곡)로 한국 관객 앞에도 선다.
그는 이번 일을 겪고 나서 더 성숙하고 단단해졌다고 말한다.
"빈 심포니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나은 음악인이 된 것 같아요. 음악적으로 더 깊어졌고요. 어서 이 느낌을 관객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9/03 07:1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