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20·연세대)가 '꿈의 18점'을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무대에서 받아들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연재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페사로에서 열린 대회 첫날 개인종합 후프 종목에서 월드컵 개인 최고점인 18.100점을 받아 올 시즌 처음으로 18점을 돌파했다.
이는 손연재의 이전 월드컵 최고점인 지난해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 볼과 곤봉 결선에서 받은 18.016점을 넘어선 것이다.
손연재는 지난해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 3관왕 당시 18점대를 여러 번 기록한 적이 있지만, 지역 대회의 점수는 세계 대회보다 후하다.
세계무대에서 18점대는 쉽사리 얻을 수 있는 점수가 아니다.
지난해 규정이 바뀌면서 30점 만점에서 20점 만점으로 개편된 리듬체조 점수체계는 난도(D·Difficulty) 점수 10점, 실시(E·Execution) 점수 10점으로 나뉜다.
점프, 밸런스, 피봇 등 신체 동작과 수구 동작의 기술적인 부분을 평가하는 난도는 동작마다 점수가 정해져 있어 선수들이 낸 난도표를 보며 정확하게 구사하는지에 따라 점수가 매겨진다.
선수들은 주로 9점 후반대, 혹은 10점짜리 난도표를 난도 심판에게 제출하고 이에 맞는 연기를 펼치도록 노력한다. 손연재는 이번에 전 종목 난도를 10점으로 맞췄다.
연기의 표현력, 음악과 안무의 조화, 독창성 등을 보는 실시 부문은 10점에서 시작해 선수가 실수하면 감점해가는 방식으로 채점한다.
손연재는 지난 시즌부터 준비한 작품들을 모두 완벽히 연기한다면 18점 이상을 받을 수 있게 구성했으나, 지난 시즌은 작품부터 정상급 선수들과 레벨 차이가 있었고 손연재의 실수도 잦았다.
예술 부문과 실시 부문이 실시 부문(E)에 통합돼 있기 때문에 '표현력의 교과서'라 불리며 예술에서 많은 점수를 버는 손연재도 실수 때문에 예술 점수까지 깎여 감점이 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작품 난도를 지난해보다 한단계 높인 데 이어 끊임없는 훈련으로 실수 또한 줄여 점수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이연숙 대한체조협회 강화위원장은 "손연재가 지난해는 수구를 떨어뜨리는 등의 큰 실수가 나와서 점수가 많이 깎였었는데 올해는 실수가 나와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자잘하다"며 "전반적인 흐름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나오는 실수는 감점이 크지 않은데 손연재가 그런 면에서 올해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리듬체조계에서 18점대의 의미는 크다.
세계무대에서는 마르가리타 마문과 야나 쿠드랍체바(이상 러시아), 안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등 정상급 선수 몇몇만이 18점대를 손에 넣어봤다.
손연재가 개인종합과 종목별 결선에 걸쳐 여러 번 18점대를 받으며 3관왕에 올랐던 지난해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대회처럼 18점대 점수를 유지한다면 9월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의 전망도 밝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12 09: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