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축구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에 흑인 감독이 사라졌다.
AP통신은 8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노리치시티가 7일 크리스 휴튼 감독을 경질하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에는 5부리그까지 통틀어 흑인 감독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노리치시티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번 시즌 17위에 머물고 있다. 강등권인 18위 풀럼에 승점 5점을 앞서 있지만 성적 부진을 이유로 휴튼 감독을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말미암아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은 물론 5부리그까지 통틀어 흑인 감독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는 것이다.
AP통신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리그로 자부심을 내세우지만 흑인 감독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프리미어리그에는 흑인 선수의 비율이 25%를 넘는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예를 들며 "1999년부터 감독이나 단장 등 구단 고위직을 선임할 때는 흑인이나 소수 민족 출신 등을 최소한 한 명 이상 후보에 넣을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잉글랜드 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위원회 허먼 오슬리 의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예를 잉글랜드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협회 차원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흑인이나 아시아계 등이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도록 꾸준히 투자와 독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트햄 구단주인 데이비드 골드는 "지금까지 흑인 감독 후보를 만나본 적이 없다"며 흑인 지도자가 많은데 감독으로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흑인 지도자 자체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트넘 등에서 뛴 공격수 출신 레슬리 퍼디낸드는 "흑인으로서 구단의 감독이나 단장 등 고위직에 오르기 어렵다는 것을 느껴왔다"고 재반박했다.
은퇴 후 토트넘에서 코치로 일한 그는 현재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퍼디낸드는 "흑인이 구단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위치에 많이 진출해야 더 많은 흑인 감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프로농구(NBA)에는 30개 구단 중 10개 팀이 흑인 감독을 선임했고 MLB의 경우 30개 팀 가운데 3개 팀에서 흑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8 09:2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