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왜 제가 여기 있는지 모르겠네요."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간판 가드 양동근(33)은 모처럼 경기 후 인터뷰장에 들어서고서 민망한 듯 이렇게 말했다.
모비스는 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승제) 4차전에서 창원 LG를 71-60으로 이겼다.
모비스는 2승2패를 기록, 챔피언결정전에 균형을 맞췄다.
양동근은 이날 자유투로만 2점을 올렸다.
기록상으론 변변치 않지만 모비스 선수 가운데 누구보다 많이 뛰면서 다른 선수들의 공격 기회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경기 후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양)동근이가 제일 많이 뛰었다"며 "동근이가 많이 움직여서 득점이 터지기 시작하면 나머지 선수들도 달라진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양동근은 1∼3차전에선 LG의 양우섭의 집중 수비에 꽁꽁 막혔다. 전술의 시발점인 양동근이 봉쇄되자 모비스 공격은 원활히 풀리지 않았다.
양동근은 "내가 농구를 잘하지 못해서 상대에게 당하는 것"이라며 "(문)태종이 형, (문)태영이 형 등은 수비를 이겨내고 공격에 성공하는데 난 못하는 것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양동근은 모비스가 진 2차전에서 4점을 올렸다. 역시 모비스가 패배한 3차전에서는 3쿼터까지 2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3차전 4쿼터에서 17점을 몰아치면서 부활의 조짐을 보이더니 4차전에선 모비스 특유의 '뛰는 농구'를 몸소 보여주면서 공격의 물꼬를 텄다.
특히 모비스가 4강 플레이오프부터 저조한 슛 성공률을 보이는 터라 양동근의 힘이 더욱 필요하다.
모비스는 서울 SK와의 4강 플레이오프, LG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상대보다 리바운드에서 앞섰다. 그러나 슛 성공률이 낮아 제공권에서의 강점을 득점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타파하려면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면서 쉬운 슛 기회를 잡아가야 한다는 게 유 감독의 생각이다.
양동근이 많이 움직이면 앞선에서 수비를 휘저을 수 있어 효과적이다.
양동근은 "3차전 4쿼터처럼 하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터질 수 있다"며 "몇 점 넣든지 간에 팀에 도움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동근의 바람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진 아픔을 동료가 느끼지 않는 일이다.
양동근은 역시 모비스 소속이던 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 삼성에 4전 전패를 당하고 준우승한 바 있다.
양동근은 "삼성에 0-4로 져서 그때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챔피언결정전에서 지면 다음 시즌 준비할 때 타격이 너무 크니 선수들에게 우승 기회가 왔을 때 잡자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내가 더 잘해야 한다"며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온 김에 팀이 우승하는 데 일조하겠다"고 다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7 0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