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라이언 킹' 이동국(34)이 최근 두 경기 연속 '멀티골'을 뽑아내며 마음껏 포효했다.
이동국은 30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경남FC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쳐 팀의 4-0 대승을 자축했다.
26일 수원 삼성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두 골을 터뜨린 이동국은 최근 두 경기에서 네 골이라는 엄청난 득점력을 과시하며 K리그 득점 공동 2위로 도약했다. 10골로 1위인 제주의 페드로와는 불과 한 골 차이다.
국가대표로 출전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는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해 팬들의 비난을 받은 이동국이지만 전북의 녹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동국은 '대표팀의 이동국과 전북의 이동국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나는 같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최근 대표팀 경기에서 골을 넣지 못해 그런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심리적인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동국은 "대표팀에서는 골에 대한 부담을 많이 받기 때문에 쉬운 기회도 놓칠 때가 나온다"며 "반대로 전북에서는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얼마든지 골을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공교롭게도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2012년 2월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두 골을 넣었고 다시 전북으로 돌아온 복귀전인 이날 경기에서도 두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시작보다 마무리가 좋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으며 "감독님의 대표팀 마지막 경기였던 이란전 결과가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동국은 "우리가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감독님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선수들이 모두 투지 있게 경기에 나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도 케빈이 두 골을 넣어 2-0을 만들 때까지는 표정에 별 변화가 없다가 이동국의 발끝에서 득점이 터지자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가 끝난 뒤 최 감독은 "3-0이 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동국이 넣어 기뻐한 것"이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우리 팀에서는 이동국의 활약이 팀 성적에 직결되기 때문에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동국은 최 감독이 돌아와 달라진 점으로 "응집력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최근 두 경기에서 9골을 내주며 2패를 당한 전북은 이날 모처럼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4-0 대승을 거뒀다.
이동국은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고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신다"며 "선수들끼리 뭉치는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전북으로 온 이후 2연패는 처음이 아닌가 싶다"며 "오늘 중요한 경기라 더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날 대승을 앞으로 반전의 계기로 삼을 것을 약속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6/30 22: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