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시교육청 심각한 횡포, 뿔난 학무보들 <사회특집>
국민여론에 물어보지도 않고 강행한 좌파 교육감의 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의 반대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및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4일 자사고 재지정 취소 8개 학교 명단을 예정대로 공개했다. 재지정된 6개 학교에 대해서도 2016학년도부터 학생선발권을 박탈키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사실상 자사고 폐지 절차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자사고 사태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 및 자사고 간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교육부는 재지정 취소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조 교육감은 이와는 상관없이 재지정 취소를 강행할 예정이다. 자사고 역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법정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시교육청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우신고·이대부고·중앙고 등 8개 학교가 재지정 평가 기준점수(100점 만점에 70점)에 미달했다고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해당 학교 청문과 교육부 협의를 거쳐 오는 10월 말까지 2016학년도를 기준으로 이들 8개교의 일반고 전환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또 나머지 6개 학교는 2016학년도부터 학력기준 없이 전면 추첨 방식으로 학생을 선발토록 할 계획이다. 조 교육감은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래지향적인 제2의 고교 평준화가 필요한 시점인 만큼 교육부와 정부, 국회는 자사고 제도의 전면적 재검토를 통해 현재 고교 상황을 개선하는 것을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조 교육감은 또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된다고 해서 결코 학교의 생명이 끝나지 않는다”면서 “지난 5년간의 실험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모교(중앙고)가 포함된 데 대해 “인간적으로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후 즉각 교육부에 ‘사전협의 신청서’를 보냈지만 교육부는 사전협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6월 문용린 전임 교육감 시절 이미 완료된 평가를 ‘자사고 폐지’라는 목적 아래 평가 항목을 임의로 바꿔 재실시한 이번 평가는 절차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조 교육감이 재지정 취소를 강행할 경우 지방자치법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국가기관 간 소송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자사고들의 반발도 거세다. 한 관계자는 “조 교육감의 독단으로 이미 학교 이미지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면서 “법에 호소해 명예를 회복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8개 학교는 학교 청문 등 시교육청 절차에 따르지 않고, 공동으로 추석연휴 이후 재지정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 평가 무엇이 문제인가?
서울시교육청이 자율형사립고 14곳의 운영성과 종합평가를 한 결과 기준 점수 미달(100점 만점에 70점)로 재지정 취소 대상이 된 8곳에는 대규모 미달 사태가 발생했거나 학생 충원율 90% 이하인 학교가 대부분 포함됐다. 그러나 취소 대상에는 세화고, 이대부고 등 입학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재단의 투자 등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학교들도 일부 포함돼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당락을 가른 것은 입시 위주의 수업을 하는 등 ‘교육과정의 자율화’에 어긋난 운영을 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점수 내역은 공개하지 않아 평가의 객관성과 지표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 출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당락 영향 끼친 평가지표는?
종합평가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교육과정 운영에서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 정도’를 평가한 지표였다. 이 지표의 배점은 1차 평가때 5점이었으나 이번엔 8점으로 배점이 늘었다. 종합평가단장을 맡은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자사고를 설립하게 된 고교 다양화의 취지가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의 다양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었음에도 일부 자사고는 입시위주 교육만 하면서 오히려 일반고보다 학생들의 선택폭이 좁은 교육과정을 운영한 학교가 있었다”며 “70점을 넘은 학교와 미달인 학교 간 점수차의 상당부분이 여기서 갈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1차 평가때는 가장 낮은 평가인 ‘매우 미흡’을 받아도 일정 정도의 기본점수를 줬지만, 이번엔 기본점수를 아예 없앴기 때문에 이 지표에서만 최대 격차가 0점에서 8점까지 벌어지는 등 변별력이 높아졌다.
평가지표 중 *학생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ㆍ운영 정도 *선행학습 방지 노력 등은 배점이 높아졌지만 *학생충원율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 *교비회계 운영의 적정성 *1인당 평균 장학금 등은 축소됐다. 학교 운영의 재정적 측면 등 정량적 지표보다 교육과정 등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때문에 학생 충원율이 낮은 학교 중에서도 기준점 이상을 받은 경우가 나왔다.
● 평가의 객관성 논란
교육청 재량평가에서 교육의 공공성과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평가하는 3가지 지표(설립취지에 맞는 운영 인식 정도, 자부담 공교육비, 학생 참여와 자치문화 활성화)를 새로 넣었는데 이들 지표는 평가에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학생인권보호 동아리 운영 여부 등의 지표는 논란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지정 취소 대상인 한 자사고 교장은 “교육의 공공성을 잣대로 들이댔지만 결과적으로 없앨 학교를 내부적으로 정해놓고 시뮬레이션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학교가 유리한 요소는 적게 반영되고 불리한 것들만 많이 반영된 것 같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종합평가가 심층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점은 평가단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성기선 교수는 “자료 제출을 2차에 걸쳐 요구했지만 자사고 측이 제출하지 않았고, 현장실사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평가단은 1차 평가를 존중해 정성ㆍ정량평가 점수는 그대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 반발하는 자사고
자사고측은 평가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 기준 미달 평가를 받은 A자사고 교장은 “안 그래도 학생수가 적었는데 일반고로 전환되면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미 투자한 게 많은데 일반고로 넘어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자사고 교장은 “교육부가 취소를 반려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일반고로 전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비리도 없는 학교라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취소 대상인 자사고 2~3곳은 이미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반고 전환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자율 전환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시위돌입
서울시내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벌였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는 지난 2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자사고 재평가 방식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자학연은 "시교육청은 이미 완료된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시키기 위한 평가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며 "현재의 자사고 폐지 정책은 이기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 교육감은 자신의 선거 공약 실천이라는 명분으로 서울 자사고 2600여명의 학생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대한민국의 학생이나 학부모는 자신이 선택한 학교에 대해 법이나 정치적 희생양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침묵시위에는 학부모 500여명이 참석했다. 자학연이 자사고 폐지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이 자사고 폐지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예정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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