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경기부양?가계빚 상승 불안 <경제특집>
*정부와 여당, 2014년 예산 5% 증액 검토… 경기부양용 ‘묻지마 확장’ 논란
정부가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5% 정도 늘리기로 하고 구체적인 안을 검토 중이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재정확장 기조를 내년에도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마땅한 세수 확보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묻지마 확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은 2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당정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협의에서는 지난 26일 벌인 당정협의 내용을 구체화해 최종 예산 증액률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31일 “내년 예산은 경기 활성화, 세수 여건, 균형 재정 등을 고려해 올해보다 5% 정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정부 예산 지출액은 355조8000억원으로 5% 증가하면 373조5900억원 수준이다. 당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예상됐던 10% 증가 수준보다는 낮은 수치다. 그러나 정부가 2013∼2017년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제시한 연평균 증액률 3.5%보다는 1.5% 포인트 높다. 41조원 상당 재정 확대 패키지, 확장적 세법개정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보여준 경기 회복 노력을 내년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수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상황에서 사실상 예산 증액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정 건전성 훼손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서 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점차 줄여 2017년도에는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 국세수입 진도율은 45.5%에 불과하다.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보다도 상반기 진도율을 놓고 보면 2.6% 포인트 낮다. 현 정부 임기 내에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확장적 예산 편성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수 기반을 확대시키고 투자 여건을 확충하기 위해 써야 할 돈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비정규직·소상공인 등을 위한 민생예산을 확대 편성키로 했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관심이 높아진 안전 예산도 올해(12조4000억원)보다 12.9% 증가한 14조원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 낭비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정부 재정사업 6000여개 중 유사·중복 사업 600개 정도를 줄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확대 재정이 경기를 살리면 세수도 덩달아 늘기 때문에 균형 재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세수를 늘리기 위해선 결국 경기를 살리는 방법밖에 없다”며 “내년 예산안 편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총지출 증가율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당정협의,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예산안을 확정한 뒤 오는 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한 달 새 4조 상승, 커지는 가계빚 불안
한편,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맞물리면서 주택담보대출이 8월 한 달 동안에만 4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가계부채가 또다시 금융시장 리스크로 떠오를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1일 국민·우리·신한·하나·농협·기업·외환은행에 따르면 이들 7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월 말 297조6925억원에서 8월 28일 기준 301조4965억원으로 한 달 동안 약 3조8000억원 늘었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월 평균 증가액(1조6200억원)의 배를 넘는다. 이는 7·24 부동산 정책의 여파로 풀이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8월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했다. 한국은행 역시 확장적 재정정책에 맞춰 8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낮췄다. 더 낮은 금리로 기존보다 더 많이 대출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책 발표 직후부터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반면 정부는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구조가 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6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취급액이 크게 증가한 반면 비은행권은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것을 근거로 은행권이 비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수요를 흡수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주택담보대출 확대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 한국경제에 긍정적일 수 있으나 대출해서 다른 용도로 쓸 경우엔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휴가철이라 주택 매매가 활발하지 않은 8월에 이례적으로 대출이 늘어난 것은 생활자금이나 자영업 사업자금 등 다른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이휘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8월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주택구입 목적보다는 규제 완화에 따라 기존 대출자들이 늘어난 한도만큼 대출을 더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후 창업자금으로 이용할 경우 부채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위주의 경기부양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온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가계소득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가계부채의 건전성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29일 국제금융센터 세미나에 참석한 S&P 리테쉬 마헤시와 전무는 “한국의 가계부채 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며 “LTV, DTI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부채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한국의 개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149.7%에서 2012년 말 163.8%로 늘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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