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특별법 합의 깨져
<정치,사회특집>
세월호특별법 처리가 또 다시 난항에 빠지면서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로 꼽히는 경제살리기ㆍ민생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예정대로라면 여야는 13일 본회의를 열어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해 산적한 경제ㆍ민생법안을 모두 처리해야 하지만 야당이 특별법 합의를 깨고 이에대해 재협상을 결의하면서 이 같은 일정은 어긋날 가능성이 커졌다.
세월호 특위
지난 5월 여야 원내대표가 각각 취임한 이후 80여 일 동안 법안이 단 하나도 통과되지 못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이 대단히 중요하지만 다른 민생경제 법안은 그것대로 국회에서 처리돼야 한다"며 본회의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긴급최고위원회의와 13일 오전 의원총회를 잇달아 소집해 야당의 합의 파기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이 같은 일정을 감안하면 본회의가 열린다고 해도 빨라야 14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당장 우려되는 부분은 코앞에 닥친 국정감사다. 여야는 올해부터 분리국감을 실시하기로 합의하고 8월 말과 10월 초로 날짜까지 못박은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하지만 분리국감 근거가 담긴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감을 나눠서 실시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1차 국감은 가능하지만 10월1일부터 같은달 10일까지 열기로 돼 있는 2차 국감은 열릴 수 없다. 현행 국감법에는 정기국회 전 30일 이내에 실시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국감법 개정안이 이달 중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10월 국감은 열리지 못하게 된다"면서 "수백 개 피감기관이 국감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파장이 만만치 않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살리기ㆍ민생관련 법안 처리도 비상이다. 정부조직법과 범죄수익은닉처벌법, 부정청탁금지법, 관광진흥법, 자본시장법 등 20여 경제ㆍ민생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통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은 지난 5월부터 여야가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아직까지 정무위 법안소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대기업도 세계시장 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등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위기에 처했다"면서 "정치권이 서민을 생각한다면 정치 현안과 관련없이 정치 살리고 민생 살리는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11일 새정치민주연합이 의원총회를 열고 세월호특별법 여야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것에 대해 "유감을 넘어 허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야당의 합의 파기 문제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새정치연합의 의총 결과는) 지난 7일 양당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주요 내용에 합의했던 것을 전면 무효화한 것"이라고 규정짓고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를 오로지 정치적 이해타산으로만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명문으로 합의해 놓은 것을 어떻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꿀 수 있느냐"며 "새정치연합의 이번 결정은 국민에게 불신을 줘, 오히려 집권 가능성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했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은 유효하고, 다른 내용은 무효란 말인가"라며 "도대체 앞으로 여당은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한단 말인가"라고 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이날 낮에는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야당 강경파의 재협상 요구에) 무조건 버텨야 된다. 안 되면 (박 원내대표가) 물러나야지"라고도 했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여야 합의된 내용이 새정치연합의 소수 강경파에 의해 무산된다면 모처럼 민생 국회를 원하는 국민들의 마음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했다.
*합의 왜 깨졌나?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추인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는 오후 3시부터 4시간 반 동안 비공개 마라톤 회의로 이어졌다.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9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7·30 재·보궐선거 패배로 대표직을 내놓은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는 불참했다. 이날 의총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7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의 추인을 거부했다. 강경파의 목소리에 여야 합의안은 백지가 돼버렸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박영선, "협상하는 사람의 고충 있어"
박 위원장은 의총 시작 직전에 연단에 서서 "상의를 하지 않고 합의를 발표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세월호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 증인 등 세부 내용까지 합의돼야 협상이 끝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이 진행 중이니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타결을 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협상하는 사람으로서 고충이 있다"며 "추가 협상 기회를 주면 사실상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성과를 내겠다"라고 강조했다.
*강경파, "깃발이 중요해"
박 위원장의 모두발언 이후 곧바로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발언자 28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재협상을 주장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중요한 것은 유가족과 국민적 지지 및 동의 여부"라며 "디테일(세부 협상 내용)보다 깃발(선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날 재협상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한 강기정 김영환 은수미 최민희 의원 등도 재협상론에 가세했다.
"7·30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세월호 유족들의 의견에 귀를 닫았다"는 비판도 터져 나왔다.그러나 여당과의 합의 내용을 뒤집는 데 따른 더 큰 역풍이 우려스럽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황주홍 의원은 "양당 대표들의 공식 합의였고, 본회의 통과일까지 발표됐다. 판을 깬다고 여당이 들어줄 리도 없을 것"이라며 당내 재협상 요구를 비판했다.
김성곤 박지원 의원 등은 "추가 협상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고 절충안을 냈다. 하지만 강경파의 목소리를 넘지는 못했다. 황 의원은 의원총회 뒤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박 위원장이 '투쟁정당의 이미지를 벗겠다'고 선언하며 내놓은 첫 작품에 대해 동료 강경파들이 벌 떼처럼 대들고 있다"며 "7·30 재·보선 참패 뒤 더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 합의는 무효 아니다" vs "말장난하나"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기존 합의는 무효가 아니다. '재협상' 대신 '다시 협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총장을 나오는 의원들은 대부분 "사실상 재협상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조차 "합의문을 백지화한 것이 분명한데도 말장난하나"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박 위원장이 진전된 협상안을 들고 오면 의총을 다시 열어 추인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합의안을 뒤집은 재협상에 반대하고 있어 진전된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내에선 이번 의총을 지켜보면서 강경파에 휘둘려 이도저도 못한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이 떠오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합의깨도록 야권원로들 압력행사
한편 새정치민주연합이 합의를 깨도록 한 것에는 야권원로들의 압력행사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11일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편지를 전달했는데 기소권과 수사권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과 여·야 합의를 재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2013승리2012원탁회의 당시의 백낙청과 야권원로들
김상근, 백낙청, 청화, 최영도, 함세웅 등은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최근의 여·야 합의로 국민들은 '세월호 조사를 결국 정부와 여당에 넘겨주고 말았구나'라고 생각하며 허탈해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그나마 힘겹게 얻어낸 '유가족 추천 특별위원 3인'이라는 것이 갖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면도 있다"면서 "하지만 참사 이후 지금까지 세월호 특별법의 주된 쟁점은 수사권이나 그에 준하는 힘을 가진 특별위원회에 의한 진상 조사였다"고 밝혔다. 이들은'2013승리2012원탁회의'를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시민들 반응
한편 이 사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은 "점입가경이다. 세월호사태는 여야 정치권 모두 믿을 수 없다. 유병언이 세모부도 사태후 수천억의 빚을 탕감받은 때가 노무현정권 문재인이 대통령비서실장을 할 때이며 이명박 정권 들어서 법령개조하여 세월호가 국내에 들어왔으며 아들 유대균의 몽떼크리스토 레스토랑에서 정치권과 유력자들에게 로비를 집중한 시기다"며
"야권원로들이 무슨 국민을 대표하느냐"고 "그럴수록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몰락할 것이다"고 지탄했다. 시민들은 빨리 특위의 원래합의대로 진행되어 정치권이 민생을 챙기고 정치권과 상관없는 "특검"에서 사건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기를 고대하고 있다. 시민들은 "세월호의 진상은 여당도 야당도 자기들 치부를 감추며 정략적으로 약용될 일이 전혀 아니다"며 믿을 수 없는 권력의 한축인 야권의 짜증스러운 발목잡기를 질타하고 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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