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사히 신문의 양심적 언사 <국제특집>
[권맑은샘 기자/스포츠닷컴] .
"日위안부 강제동원 증거 많다" - 피해자를 매춘부로 깎아내려
국가 명예만 지키려는 언론들, 되레 위안부 문제 왜곡할 뿐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이 5일 1면을 포함, 3개면에 걸쳐 '위안부 문제를 직시한다'는 특집 기사를 통해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극우 세력을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6월'고노(河野) 검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일본의 보통 시민에게도 위안부 날조설이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검증보고서는 "위안부가 강제 동원된 증거가 없으며, 고노담화는 한·일 간 외교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극우파들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었는데 아베 총리와 산케이(産經)신문 등 극우 매체들은 1991년 피해자 증언 기사를 게재하면서 위안부 문제의 공론화에 앞장선 아사히를 겨냥, '위안부=아사히 날조설'까지 공공연하게 펴고 있었다.
*아사히, 강제 연행 증거 많다
이에 대해 아사히는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자'는 1면 칼럼을 통해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 발표 이후 일부 매체는 위안부 문제가 날조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펴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매춘부로 깎아내려 자국의 명예를 지키려는 일부 보도는 내셔널리즘을 자극하고 문제를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1980~1990년대 보도 과정에서 위안부와 정신대 용어를 구분하지 못하고,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증언을 보도한 것에 대해서는 자기반성을 했다. 그러나 아사히는 이러한 일부 오류로 인해 위안부 문제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증명하는 자료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이 조직적으로 연행했다는 자료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인도네시아ㆍ필리핀 등에서도 일본군이 현지 여성을 직접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군이 1944년 인도네시아에서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강제로 위안부로 삼은'스마랑 사건'을 말한다. 전후 자카르타에서 열린 전범 군사재판을 통해 그 실체가 공개됐다.
일본 정부는 수많은 증언과 자료가 있는데도, 일본군이 한국에서 위안부를 강제 연행하도록 지시한 정부 문서가 없다는 이유로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부정하고 있다. 아사히는 "역사에서 눈을 돌리고 감정적 대립을 선동하는 자국 중심의 언론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했다.
*아베와 10년 전쟁, 아사히의 반격
아사히의 이번 기사는 "위안부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소신을 가진 아베 총리에 대한 직격탄이기도 하다. 2005년 아사히는 "아베 의원이 2001년 NHK에 압력을 행사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특집 방송 내용 일부를 삭제했다"는 특종 보도를 했다.
아베 총리는 이를 계기로 아사히의 신뢰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믿거나 말거나' 식의 험담까지 늘어놓았다. "위안부 문제는 아사히 신문의 오보로 만들어졌다"(2012년 10월 정당대표 토론회), "아사히가 아베 정권 타도를 사시(社是)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2014년 2월 국회 답변) 같은 발언이다.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원전 재가동 등 자신의 정책에 비판적 논조를 보인 '아사히 길들이기'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아사히는 고노담화 검증보고서 발표 이후 그동안 관련 문제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아 "아사히가 결국 아베 총리에게 두 손 들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아사히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고노검증 보고서를 발표한 후 관련 문제에 대한 여러 각도 검증과 취재를 하다 보니 관련 보도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아사히는 6일자에도 일본군위안부 문제 특집 기사를 게재하겠다고 밝혔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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