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질책, 군,경 수뇌 동반사의<정치,사회특집>
[권맑은샘 기자/스포츠닷컴]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회의에서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유병언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 경찰의 무능을 공개 질타하자 군과 경찰의 수장이 불과 8시간 남짓만에 잇따라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이들의 사표를 금명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박 대통령이 이날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고강도 문책 방침을 천명한 뒤 오후 5시30분께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군수뇌부 문책론이 현실화됐다. 권 총장은 전날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의표명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또 박 대통령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확인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검찰과 경찰을 질책하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한 뒤 이성한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이 나왔다. 지난주 닷새간의 짧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박 대통령이 윤 일병 사건 등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여론 악화를 의식, '엄정 대처' 방침을 천명하며 '추상같은' 모습을 보이자마자 핵심 책임자들이 줄줄이 옷을 벗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성한 경찰청장
특히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이날 일벌 백계 언급은 군 당국이 가해병사들의 상습적 폭행사실을 은폐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입영거부'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세간의 악화된 민심이 자칫 세월호 참사 후 국정 정상화에 시동을 건 2기 내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긴급 처방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 있는 사람들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 뽑기 바란다"고 말했다.군통수권자로서 가해병사들은 물론 군수뇌부 등에 대한 문책이 가볍다는 여론을 가감 없이 수용해 일벌백계의 의지를 공표함으로써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셈이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
이러한 박 대통령의 일벌 백계 방침이 나오자 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 시도와 안이한 대처 때문에 군 수뇌부로 문책의 불똥이 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권 총장은 이날 오후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뜻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군수뇌부 문책이 현실화되면서 어디까지 문책론이 확산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있어서는 안 될 사고로 귀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과 유가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한 국방장관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전날 발표한 자신의 대국민 사과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박 대통령은 "적폐를 뿌리 뽑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사과'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일벌백계를 강조하면서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에둘러 적절한 수준의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윤일병 사건 등 계속되는 병영 내 폭행ㆍ사망 사건을 "과거부터 지속해온 뿌리깊은 적폐"로 규정하고, 국가혁신 차원에서 대처해 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엄정 대처 의지는 2기 내각 출범과 함께 새누리당의 7·30 재보선 승리를 계기로 되찾은 국정운영의 동력을 어떻게든 살려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 고통을 대변하는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돼달라는 것이 민의였다"고 재보선 결과를 평가한 뒤 민생경제 살리기에 적극 나서달라고 장관들에게 주문한 것도 이러한 까닭에서다.
특히 선임병들의 잔혹한 폭행을 통해 사망에까지 이른 윤일병 사건이 국민적 관심 사안으로 부상한데다 정부의 대처가 미흡할 경우 군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정부 불신으로 민심이 악화될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이를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청와대 관계자는 "군이 윤일병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 활성화와 국가혁신에 걸림돌이 된다"며 "이 문제는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것이 대통령의 의지"라고 말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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