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별미, 바다회와 보양식(부산편)
<문화,생활,휴가특집>
여름 휴가철이다. 남해나 동해쪽으로 휴가를 가면 역시 먹거리로 싱싱한 바다회들이 떠오른다. 1800년대 말 작가 미상의 ‘시의전서’를 보면 ‘민어는 껍질을 벗겨 살을 얇게 저며서 살결대로 가늘게 썰어 기름을 발라 접시에 담고 겨자와 초고추장은 식성대로 먹는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우리가 회를 먹기 시작한 건 훨씬 이전이다. 1766년 유중림이 쓴 ‘증보산림경제’에 ‘여름철에 회 접시를 얼음 쟁반 위에 놓고 먹는다’고 나와 있는 것만 봐도 회를 먹은 역사가 얼마나 긴지 짐작된다.
감성돔회
바다회 매니아들은 “봄에는 도다리와 놀래미, 겨울에는 숭어, 가을에는 우럭과 광어, 그리고 요즘 같은 여름철은 우럭과 농어가 제일 맛이 좋을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회 매니아들은 역시 심해어인 돗돔, 광섬돔 등 돔회를 제일로 친다. 특히 돗돔이나 감성돔회는 귀해서 맛을 잘보지 못하지만 살짝 질긴듯 하면서도 씹으면 사각사각 쫄깃쫄깃 한 풍미가 가히 일품이며 '바다회의 왕'이라 할만하다.
이밖에도 매니아들은 잘알지만 회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자면 부산의 ‘하모회(갯장어회)나 일반적으로 잘알려진 아나고, 광어회도 일품이다. 부산의 하모회의 '하모'라는 단어는 우리가 대게 "그래 맞다"라는 뜻의 부산 사투리로 알지만 원래는 일본말인데 하모회는 '갯장어 회'를 지칭하는 말이다.
갯장어회
자연산 갯장어는 다른 바다 붕장어와는 달리 좀 깊은 바다의 모래속에 산다. 이 회의 특징은 잘게 썰어 고추냉이에 먹는 것이 아니라 참기름 섞은 된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구수 쫄깃하니 왜 사람들이 회를 먹는지 그 맛의 깊고 디테일한 의미를 알게된다.
광어회
자연산 광어회는 씹으면 단백한 맛이 혀에서 살살 녹는다. 그러나 돔류의 생선들은 잡기도 쉽지않고 횟집에 가면 그래서인지 좀 비싸다. ‘증보산림경제’에 거론된 옥돌을 얼음 쟁반에 착안해서 냉장고에 넣었다가 그 위에 회를 올려 놓으면 차갑게 냉기를 품은 옥돌 위에 올려진 회는 그 싱싱함이 배가 된다. 뿐만 아니라 옥돌에서 방사되는 원적외선과 바이오 스톤이 세균이나 유해물질을 흡착분해함은 물론 탈취, 방복, 발효억제 효과를 나타내 신선한 회를 즐길 수 있다.
회에 맛들인 입맛을 마무리해 주는 것이 바로 매운탕. 매운탕은 텁텁하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 매운탕을 곁들이면 여름철 휴가 먹거리로 별미다. 역시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비결인데 우리나라 동해,남해안의 생선들은 물이 깨끗하고 싱싱해 살아 있는 생선으로 회를 뜨고 남은 것으로 매운탕을 끓이면 제대로 맛이 난다. 여기에 맛살, 바지락, 꽃게 등에서 나오는 아미노산은 자연스런 단맛을 내주며 정종으로 반죽한 양념은 짜지 않고 생선의 비린맛을 말끔히 없애준다.
우럭 매운탕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우럭 매운탕에서 제철이라 얼큰하기로는 천하제일인 국물을 맛보며 살 통통하게 오른 꽃게 하나 건져 빨아 먹고 얼큰한 국물에 밥 말아 짭쪼름한 젓갈 한점 얹어 먹는 그 맛은 생각만 해도 저절로 입맛이 다셔질 정도다.
부산 금정산성의 염소 숯불구이
우스개 소리가 있다. 긴 휴가를 즐길수 없는 서울의 직장인들에게 굳이 깜짝번개 휴가와 회를 좀 소개하자면 금요일 오후 KTX로 부산에 가서 저녁을 회로 즐기고 다음날 아침에 ‘복맑은탕’으로 숙취를 해소하고 저녁에 금정산성에서 ‘염소불고기’로 보양하며 다음날 울산이나 포항으로 가 고래고기나, 영덕대게, 또는 기장에서 짚불장어구이를 즐기며 마지막 저녁을 우럭 매운탕으로 마무리하면서 다시 경주에서 KTX로 서울에 오면 딱 2-3일 휴가코스로 안성마춤이다.
복맑은탕
부산 금정산성의 양념염소 숯불구이는 경기도 일대의 염소탕이나 찜과 달리 누린내가 없다. 원래 신라시대부터 부산지방에 왜구들이 많이 출몰해 범어사의 스님들이 중앙의 관군들을 대신해 승병활동을 했는데 지금도 스님들의 무술인 '팔무도'가 전해져 오고 고기를 먹을 수 없는 스님들에게 유일하게 고기가 허락된 것에서 유래한다.
이 요리의 비결은 전국 어디에서도 흉내낼수 없는 양념맛이 비결인데 여성의 피부미용과 산후조리에 좋다. 예전부터 부산아가씨들이 지치지 않고 얼굴에 기미가 없는 이유가 있다. 금정산성 꼭대기에서 먹는 양념염소숯불구이는 보양식이 무엇인지 국가를 지킨 애국심이 무엇인지 동래 충렬사와 함께 그 맛도 전해져 내려와 산성 동동주와 함께 곁들이면 천하일미다.
서면의 복맑은탕은 얼마나 그 국물맛이 시원한지 전날 아무리 과음을 해도 한그릇이면 확 깨버려 어느지방의 탕도 따를 국물이 없다.
짚불 바다장어구이
일반적으로 잘알려진 서민적 음식 부산의 연탄불 양념 꼼장어구이도 별미이지만 고단백 저칼로리 보양음식 재료로 최고인 바다장어를 더욱 격있게 먹을려면 부산에서 동해의 푸른 바다를 끼고 약간 북으로 올라가 기장군에 다다른다. 이곳에서 바다장어를 잘장만 토막내어 솔잎을 깨끗히 씻어 장어를 싸고 그것을 짚불로 싸서 구우면 짚불이 다타고 장어는 노릇노릇 구워지는데 고기에 솔잎 엑기스가 스며 녹아있다.
이것은 먹어도 살찌지 않고 근육질 남성의 스테미너 최고의 보양식이며 이지방 양반가의 음식이다. 원래는 사대부들이 동쪽바다의 타는 저녁놀을 보며 서쪽 모래언덕에서 시 한수씩 지으며 먹던 보양식이다. 이 단백한 맛을 모른다면 어찌 인간이라 하겠는가?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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