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키열전', 러시아 국립박흐탄코프 극장 상연<문화특집>
모스크바 예술극장과 쌍벽을 이루며 세계연극계에서 러시아 연극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모스크바 국립 박흐탄코프 극장무대에 한국연극이 오른다. 화제의 작품은 나상만 작/연출의 ‘멍키열전’이다. 박흐탄코프 극장은 불세출의 러시아 연출가겸 배우인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의 유일한 제자로 알려진 천재 연출가 ‘예프게니 박흐탄코프’가 설립한 러시아 국립극장이다.
러시아 박흐탄코프 극장
한국연극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10월 이 극장의 신관무대에 오르는 우리연극 ‘멍키콘서트’는 한국 연극계에 처음으로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정착시킨 나상만 교수의 신작희곡이다. 수십년의 연극연출 경력과 미국무대경험 그리고 러시아 박흐탄코프극장의 부설 교육기관인 슈우킨 연극대학의 교수를 역임했던 나교수는 작년 8월 스타니스랍스키 탄생 150주년을 맞아 이대학의 초청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고 대학 창설 100주년을 맞아 초청공연을 제안받고 멍키열전의 극작과 연습에 매달려 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박흐탄코프 극장앞에서 나상만 교수
*멍키열전의 연극적 의의
많은 연극전문가들도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사실주의 연극으로만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멍키열전은 작품에서 철저한 스니스랍스키 시스템으로 훈련 및 연습을 거쳐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이 사실주의 연극에 국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는 것이 연출가, 배우들의 포부다. 특히 이 작품은 슈우킨 연극대학 교육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관찰’이라는 학습을 통해 원숭이의 행동원리와 형상을 배우들이 신체로 완벽히 표현하여, 실제 원숭이를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흥미를 가지고 작품에 몰입하는 효과를 이끌어 낼 것이다.
Konstantin Stanislavski
동물연기가 자칫 아동극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뒤따르지만 이를 위한 보완 장치로 배우들의 연기는 각 에피소드에서 원숭이의 의인화, 인간(배우)이라는 3차원의 역할창조를 구현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러시아 박흐탄코프 극장내부
이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스타니스랍스키와 그를 계승한 박흐탄코프의 교육 프로그램에 의해 최소 3년, 많게는 6년의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을 거친 전문 배우들이다. 그리고 일반 연극과는 달리 7개월이라는 혹독한 훈련과 연습을 거쳐 공연에 임할 목적으로 연습에 돌입하고 있다. 공연팀의 특징은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한두달 연습하여 공연하는 연극을 거부하는데 첫째, 시연회를 위한 공연 둘째, 그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 수정하고 셋째,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반복연습을 시도하여 모스크바 공연에 임할 계획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해외공연이 아니라 한국에서의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현주소와 교육과정이 공연현장에서 적용된 결과물을 본고장에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드라마틱 토탈 퍼포먼스’를 지향하는데 희곡상의 문제점은 배우들과의 연습과정에서 수정, 보완될 것이며, 작품에는 아크로바틱, 무술, 서커스, 탈춤, 무용, 동물연기, 마술, 경극, 산트크리스트극 등 모든 시각적 요소가 동원된다.
특히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신체적 행동법’과 메이에르홀드의 생체역학, 그리고 이를 절충한 박흐탄코프의 환상적 리얼리즘 연극론이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통합되고 산화되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여 연극매니아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나상만 연출자가 박흐탄코프의 연극관과 교육이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극작에 임했고, 문학속의 주인공 원숭이를 소재로 작품을 쓰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대사 위주의 연극으로만 일관하는 연기자들이 소화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이 작품을 쓰고 직접 연출하는 나상만 교수는 연기의 바이블로 일컫는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한국에 정착시킨 연극교육자 겸 연출가로 베스트셀러 소설 <혼자 뜨는 달>의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연극의 국제적 조류는 연극을 문학의 예속성에서 탈출시켜 ‘공연’이라는 시각성과 청각성을 추구하고 있는 경향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국제적 조류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동서양의 고전 및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속에 나오는 ‘원숭이’ 캐릭터들을 차용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이를 무대화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숭이들의 등장은 작품의 오락성과 공연의 시각성을 동시에 획득할 것이며,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깊은 관심과 연극적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의욕으로 연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한국 연극은 서양 연극을 수용하면서 지나치게 문학에 예속되어 연극의 시각성이나 오락성을 무시하지 않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연극의 제작사 ‘제5스튜디오’는 “연극 <멍키열전>은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문학 속의 서사를 해체하고 그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재구성하여 배우의 연기에 초점을 맞춘 ‘토털 드라마틱 퍼포먼스’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서구극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연극이 지나치게 문학에 예속되어 연극의 시각성이나 오락성을 무시하지 않았느냐는 냉철한 반성과 함께 이 작품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재미있는 오락극으로 꾸며졌다. 즉 이 연극은 진부한 시나리오 문학의 예속성을 벋어나 극작과 배우의 독특한 개성과 우수한 연기력이 생명인 것이다.
*멍키열전의 주제와 컨셉
연극배우 고(故) 추성웅이 출연하여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빨간 피터의 고백’에 나오는 원숭이(침팬지) 피터, 중국고전 서승은의 ‘서유기’에 나오는 원숭이 손오공, ‘서유기’의 원전으로 알려진 인도의 대서사시 ‘라야나마’에 나오는 원숭이 하누만. 이런 세계의 고전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원숭이들이 하나의 무대에 등장하는 연극이 제작되고 있어 공연 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이 연극에는 터너 미래상을 수상한 다니엘 퀸의 <고릴라 이스마엘>의 ‘이스마엘’, <파이이야기>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얀 마텔의 소설 <베아트리스와 버질(20세기의 셔츠)>의 원숭이 ‘버질’, 레오폴도 루고네스의 단편소설 <이수르>에 나오는 침팬지 ‘이수르’가 시대를 초월, 함께 등장하여 서커스 단원 출신의 소녀 ‘빼아트리체’와 인간세계를 풍자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인류의 역사는 지배자와 피지배의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 요즘 우리 사회 각분야에서 갑과 을의 관계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작품은 개인의 다양성을 주장하면서도 획일화를 강요하며 개인을 억압해온 인류의 역사와 현대사회의 모순, 변화와 자유를 꿈꾸지만 그것을 이루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동요하고 분열하고,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원숭이라는 동물에 투영시킨 풍자극이다.
나교수의 ‘제5스튜디오’는 공연예술의 세계적 흐름을 직시하고 공연한류의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동서양의 고전 및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이를 무대화했다. 이런 원숭이들의 등장은 작품의 오락성과 공연의 시각성을 동시에 획득할 것이며 각 문화권을 초월해 연극매니아들에게 깊은 관심과 연극적 재미를 선사하리라 주목되고 있으며 제5스튜디오는 작품만 좋으면 연극의 한국어 버전, 영어버전, 러시아버전, 중국버전, 기타 유럽어 버전등의 글로벌 연기, 기획 역량을 갖추고 있어 찬바람 부는 연극계에 일대 글로벌 문화혁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극작/연출: 나상만
학력: 중앙대 연극영화과, 동 대학원 졸, 러시아 국립 예술원 예술학 박사.
경력: 광주시립극단, 전주시립극단 연출 역임.
모스크바 슈우킨 연극대학, 숭실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경기대 연기학과, 미국 스타니스랍스키 연기대학 교수 역임.
(현) 제5스튜디오 대표
논문: Grotowsky System과 연기자 신체훈련 연구
Meyerhold의 생체역학적 연기론
Stanislavsky System과 한국연극
저서: <스타니스랍스키, 어떻게 볼 것인가?> 서울, 예니출판사, 1996
<나상만의 연기학, 어떻게 볼 것인가?> 서울, 예니출판사, 2013
희곡집 <죽음의 사중주> 서울, 예니출판사, 2013
<愛的語法> 北京, 中國靑年出版社, 2004
<比?不愛> 臺灣, 商周出版, 2006
주요작품: (극작) 초신의 밤, 우덜은 하난기라, 박통노통.
(연출) 김덕령, 베니스의 상인, 우덜은 하난기라, 산불 외 50여편
멍키열전 출연진
◎ 최용진 : 슈우킨 연극대학 MFA, 경주대 공연예술과 교수)
주요 출연작 (여관집 여주인, 적도 아래의 맥베스, 태풍, 죄와 벌)
◎ 하병훈 : 중앙대 연극학과 및 대학원 졸,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수료, 인천대 교수
주요 출연작 (사다리, 세 자매, 담배를 든 예수)
◎ 천효범 : 슈우킨 연극대학 MFA, 목원대 연극영화과 교수
주요 출연작 (장남, 학자와 거지, 보드빌 신데랄라, 염라대왕 납치사건)
◎ 이미지 : 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러시아 슈우킨 연극대학 졸
주요 출연작 (시집가는 날, 빈집. 소나기, 봄봄)
◎ 최보람 : 스타니스랍스키연기대학 졸
(나의 살던 고향은, 산불, The wrong path, Butterfly)
◎ 박대웅 : 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스타니스랍스키연기대학 졸
(The wrong path, Butterfly, Jett)
◎ 김계남 : 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졸
(미친 새, 이방인, 위험한 커브, 죄와 벌, 지상천하의 얼간이들)
◎ 윤민웅 : 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졸
(죄와 벌, 미친 새, 비밀경찰)
◎ 황덕주 : 미추연극학교 수료.
(까막눈의 왕, 서민귀족, 정글스토리)
◎ 이종혁 : 경기대 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 졸.
◎ 황위재 : 중앙대 음악극과 졸, 미추연극학교 수료.
(초능력자들, 살아남은 자들, 설해목, 그날)
제5스튜디오 연혁
창단공연: 우덜은 하난기라 (작/연출: 나상만) 1989. 06, 청파소극장
3회공연: 혼자 뜨는 달 (작/연출: 나상만) 1991. 06, 동숭아트센타 대극장
4회공연: 세자매 (작/안톤체홉, 연출/정호붕) 2001. 10,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5회공연: 크랲의 마지막 테이트 (사무엘 베케트, 연출) 2002. 10, 한강 마녀소극장
6회공연: 죽음을 잊은 그대에게 (작/연출) 2003. 11, 유씨어터
7회공연: 죄와 벌 (작/도스토옙스키, 연출/강량원) 2004. 09, 인켈아트홀2관
8회공연: 학자와 거지 (작/이근삼, 연출/허동성) 2004. 11,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9회공연: 염라대왕 납치사건( 작/연출: 김현묵) 2005. 11, 인아소극장
10회공연: 보드빌 신데랄라(작/쉬바르츠, 연출/안나 두브롭스카야) 2007. 06, 뤼미에르극장
11회공연: 박통노통 (작/연출: 나상만) 2009. 09, 서대문아트홀
12회공연: 아버지 (작/한승원, 연출/나상만) 2010. 06, LA Vision Arts Hall
공연일시
2014년 8월 23일-31일 (평일 8시, 토요일, 3시/7시, 일요일 7시)
월요일 쉼.
장소
미마지 예술센터 눈빛극장
공연안내
010-7605-6958,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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