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의 쇼
[권맑은샘 기자/스포츠닷컴] .
군 당국이 자살 기도 직후 병원으로 이송한 육군 22사단 GOP(일반전초) 총기난사범 임모(22) 병장을 언론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 대역 환자를 쓰고 가짜 구급차(앰뷸런스)를 동원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이 때문에 상당수 언론은 군인들이 ‘가짜 임 병장’을 구급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진짜 임 병장’ 사진으로 보도해 결과적으로 대형 오보를 낸 셈이 됐다. 군 당국이 불필요한 연출로 언론을 속여 국민까지 속이는 ‘쇼’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당시 구급차 4대를 준비해 2대는 (실제 임 병장이 이송되는) 강릉아산병원으로, 2대는 강릉동인병원으로 가게 했다”며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구급차는 지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고, 가짜 임 병장이 탄 군용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사실을 이날 오전 파악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실제 전날 오후 강릉아산병원에 도착한 군용 구급차에서는 가짜 임 병장이 하늘색 모포를 뒤집어쓴 채 들것에 실려 나왔다. 군 관계자들은 이 가짜 임 병장을 응급실로 후송하는 흉내까지 냈다. 하지만 당시 진짜 임 병장은 이미 응급실에 들어간 이후였다. 가짜 임 병장으로 모포를 뒤집어썼던 인물은 일반 병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 손모 대령에게 보고됐고 그렇게 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강릉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이 당시 60~90㎜Hg으로 매우 위험한 수준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며 “출혈이 계속돼서 (후송)시간을 줄이기 위해 지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향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임 병장 생포 직후 군 당국은 “임 병장을 수송한 헬기가 국군 강릉병원에서 내려서 다시 구급차로 강릉 동인병원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가 잠시 뒤 “동인병원이 아닌 강릉아산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이는 취재진이 임 병장이 이송되는 병원으로 몰려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였고, 강릉동인병원으로 향하던 빈 구급차 2대도 취재진의 눈을 돌리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에 포토라인을 만들어 이송 중인 임 병장에게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면 됐을 일을, 대역 환자까지 내세워 언론과 국민을 속인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임 병장이 이송되고 만 하루가 지나서야 사실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임 병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의 배경 등을 언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과도하게 언론을 통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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