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증 자료 없으면 포상금 못받아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 국세청이 지난해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탈세 제보 포상금을 올리고서 제보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의 절반 가까이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 폐기되고 있으며, 세무조사로 이어져 추징까지 하더라도 무조건 포상금 지급 대상은 되지 않는다.
28일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탈세제보 포상금 한도액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인상된 뒤 접수된 제보건수는 1만8천770건으로 2012년 1만1천87건보다 69.3%나 증가했다.
제보에 기반을 둔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액수도 같은 기간 5천224억원에서 1조3천211억원으로 152.9%나 증가했다.
올해부터는 포상금 한도액이 20억원으로 증가한 만큼 탈세제보 및 추징액은 더 늘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그러나 탈세제보가 곧바로 해당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이나 경쟁 기업에 의한 음해성 제보 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세청은 제보 내용에 대해 정밀한 검증을 거쳐 세무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탈세 제보가 세무조사로 이어지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고자의 실명과 증거 자료다.
국세기본법도 탈세 자료 제공이나 신고는 성명과 주소를 분명히 적고 서명이나 날인을 한 문서로 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증거자료도 중요한 요소다.
증거자료는 조세탈루나 부당하게 환급·공제받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거래처, 거래일 또는 거래 기간, 거래품목, 거래수량 및 금액 등 구체적인 사실이 기재된 자료나 장부를 말한다.
장부를 직접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자료의 소재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 등도 증거자료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접수된 탈세제보의 절반 가까이는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세무조사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의 경우 국세청이 처리한 1만699건의 탈세제보 가운데 세무조사 등에 활용한 것은 54.1%인 5천78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4천910건(45.9%)은 폐기처리됐다.
2011년에도 9천36건 가운데 44.8%인 4천49건은 세무조사에 활용되지 못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절반 가까이가 불문에 붙여지는 것은 실명이나 자료의 구체성 등 세무조사 요건을 충족하지 않기 때문으로 안다"며 "내부 제보가 탈세 추적에 도움은 되지만 억울한 피해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탈세제보의 경우 사업주와의 갈등, 퇴직 후 처우 불만 등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퇴직 후 좀 더 많은 퇴직금과 위로금을 받기 위해 협상을 하다가 사업주 압박용으로 탈세제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탈세제보를 거쳐 세무조사를 벌여 추징하게 되면 제보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한다. 다만, 포상금을 받으려면 세금 추징액이 5천만원을 넘어야 한다. 지급액은 사안에 따라 추징액의 5~15%로 정해진다.
세무조사에 따른 추징세액만이 포상금 지급 기준은 아니다.
제보 내용만으로는 탈세를 확인할 수 없으나 국세청 노력으로 다른 내용을 추가 적발해 세금을 추징하면 탈루세액 전액을 포상금 산출 기준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포상금은 체납자의 은닉재산 신고, 신용카드 결제 거부,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타인명의 사용 사업자 등을 신고하는 경우에도 지급된다"며 "앞으로도 탈세제보 등 국민참여 과세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8 06:1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