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증가율 기업이 가계의 3배…정규직이 비정규직의 2배
"富의 이전경로 차단 때문…임금없는 성장 지속"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홍정규 고유선 김승욱 기자 = 가계와 기업의 소득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가 전체의 소득에서 가계에 돌아가는 몫은 점점 줄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꼴찌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기업에서 가계로 부(富)가 옮겨지는 경로가 차단됐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기업(법인)의 가처분소득은 최근 5년간 80.4% 증가했다. 매년 16.1%씩 기업의 소득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에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6.5%, 매년 평균 5.3%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업의 소득 증가율이 가계의 3배를 웃돌았다.
1인당 국민소득(국민총소득< GNI>)은 지난해 2만6천달러, 올해는 3만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경제 성장에 원화가치 상승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그러나 국민소득에서 기업과 정부의 몫을 제외한 가계의 1인당 소득(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 PGDI>)은 절반을 조금 넘는 1만5천달러 수준이다.
PGDI는 4대 사회보험, 세금 등을 빼고 개인(가계 및 비영리단체)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이다.
국민소득(GNI)에서 가계소득(PGDI)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이전에는 57%를 웃돌았으나 2010년부터는 55%대로 내려앉았고 작년에도 56.1%에 그쳐 최근 5년 평균 치(56.4%)에 못 미쳤다.
이는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2012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GNI 대비 PGDI 비중을 분석한 결과,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21개국의 평균치는 62.6%로, 한국은 밑에서 6번째를 차지했다.
18~21위는 세금이나 사회보험을 많이 걷어 정부가 재분배하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복지국가'라는 점을 고려할 때 17위인 에스토니아를 빼고서는 한국이 꼴찌인 셈이다.
가계 내의 소득 불평등도 심각하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바탕으로 한 한국의 '비공식 지니계수'는 0.353으로, OECD 전체 평균(2010년 0.314)보다 높았다.
최근 5년간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증가율은 연평균 4.7%였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증가율은 절반에 불과한 2.4%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동에 따른 소득 가운데 가계의 몫이 줄어든 이유로 소득 이전의 차단을 꼽았다.
가계의 주요 소득원인 임금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배당과 이자 소득도 갈수록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기업이 아무리 좋아져도 가계로 돈이 흘러들지 않는 '임금 없는 성장'이 계속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도 사정이 천차만별인데, 돈이 넘쳐 쌓아두는 곳은 극소수 재벌"이라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정당한 몫을 가져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 소득 불균형을 바로잡을 해법은 간단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배당소득을 늘리자니 해외로 빠져나가고, 임금을 올리자니 대기업 근로자에 편중되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1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