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안용수 임형섭 기자 = 여야는 세월호 침몰사고 닷새째인 20일 정치일정을 일절 중단한 채 실종자들의 생환을 고대하며 조용한 휴일을 보냈다.
여야 정치인들은 경솔하게 움직였다가는 국민적 비극인 이번 참사를 정치활동에 이용한다는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 최대한 몸을 낮추고 활동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새누리당은 22일에 예정했던 '세월호 대책특위' 회의를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하루 앞당겨 21일에 실시하기로 하면서, 재발방지 입법 등의 논의는 자제하기로 했다.
심재철 위원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구조에 총력을 기울일 때로 입법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구조 상황 위주로 회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임위를 중심으로 사고예방이나 수습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는 점검하기로 했다.
지방선거 일정도 모두 연기했으며, 출마자들도 선거운동을 자제한 채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도 사고 대책위를 중심으로 구조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데 주력하면서, 다른 일정은 진행하지 않았다.
아울러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다"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남긴 것에도 당차원에서 공세를 펴지 않은 것을 비롯, '정치적 메시지'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은 트위터에 글을 남겨 실종자들의 구조를 기원했다.
문재인 의원은 "특별한 기적이 필요한 날이다. 스러져가는 희망을 다시 일으켜 세워 주시기를 부활절을 맞아 간절히 기도한다"며 "힘겹게 버티고 있을지 모를 아이들에게 희망을, 속이 새카맣게 타버린 부모들에게 희망을"이라고 적었다.
문 의원은 사고 당일인 16일에는 "구조작업을 시작도 못해 답답하다"고 했으며, 17일에도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깝다. 우리 실력이 형편없다"고 하는 등 정부 대처에 비판적인 글을 남겼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부활의 기적을 믿는다"고 썼다.
야당의 지방선거 일정도 여당과 마찬가지로 모두 멈춰섰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경기지사 후보들도 이날은 조용히 하루를 보냈다.
원혜영 후보는 사고로 숨진 승무원 박지영 씨의 분향소에서 유가족을 위로했고, 김진표 후보는 평소 다니던 교회의 부활절 예배에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김상곤 후보는 피해자 가족들과 함께 사고 현장을 지켰다.
기초선거 자격심사위원회도 부적격자 명단에 대한 스크린을 거쳐 당사자들에게 소명을 받는 중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참사의 여파로 명단 발표 시기는 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기초선거 무공천에서 공천으로 방향을 바꿔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일정이 더 연기되자 속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야 대변인도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아직 실종자가 많아 '애도'의 뜻을 표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 구조에 힘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부각시켰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최선을 다해 생명을 살려야 한다"면서 "모든 에너지를 아직 구조되지 못한 승객 구출에 쏟을 때"라고 밝혔다.
구조활동에 투입된 해군 병사의 순직에 대한 위로도 이어졌다.
함진규 대변인은 "해군 대조영함에서 작업 중 머리를 다친 병사가 끝내 순직해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며 "명복을 빌며, 추가 인명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유념해 달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도 "구조작업 중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0 18: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