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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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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대화안할 이유없다" 여지 남기되 전제조건 내걸어
한일 정상회담 보다 낮은수준의 한미일 3자정상회담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청와대가 17일 내주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한일 또는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회담성사 여부가 다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핵안보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도 "일본이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 건설적 대화가 가능한 여건이 조성되면 우리로서는 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화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표현은 언뜻 원론적 이야기로 비쳐지지만 최근 한일간 상황전개를 감안하면 상당히 전향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청와대의 입장 표명으로 풀이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고노(河野)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다행"이라고 평가한데 이은 것인 만큼 일단 핵안보정상회의에서의 한일 정상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이날 청와대는 "우리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보다는 양국 정상간 생산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산적 대화 여건을 위해서는 일본이 역사문제와 과거사 현안 등에 대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조속히 취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의 조건을 분명하게 밝혔다.
대화가 한일관계의 경색을 풀고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 등 한일 쟁점현안에 대해 더욱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주문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조건부 대화의지'를 표명한 것은 미국의 화해압력을 무시하기 어려운 국면에서 자칫 떠밀리듯 회담에 응했다가 나타날 수 있는 후유증 등을 두루 감안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풀이가 나온다.
즉 '우리도 대화의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한일관계 경색의 책임이 자칫 우리에게 전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차단하면서 일본의 역사인식과 과거사 현안 등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고노 담화 등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아베 총리의 입장 발표로 변화된 상황 속에서 청와대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특히 핵안보정상회의 다음날인 26일 일본 초등학교 교과서 검증결과의 발표도 청와대로서는 부담되는 대목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다수의 교과서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주장할 경우 박 대통령으로서는 아베 총리와의 회동으로 인해 자칫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일주일 가량 앞으로 다가온 핵안보정상회의까지 일본 정부가 어떤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일단 회동의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공'을 다시 일본에 넘긴 셈이다.
다만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각동맹의 복원을 희망하는 미국의 화해압력이 크고 한일관계 경색의 장기화가 '통일 대박론'에 시동을 건 우리 정부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헤이그에서 청와대가 '낮은 수준의 회동' 정도는 수용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7 11: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