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히는 '은반의 대결'이 마침내 막을 올린다.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이 19일(한국시간) 자정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쇼트프로그램 일정과 함께 막을 올린다.
이번에도 관심은 '피겨 여왕' 김연아(24)에게 집중돼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의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 기록을 세우고 화려하게 우승한 김연아는 선수 여정의 마지막 무대로 선택한 소치올림픽에서 소냐 헤니(노르웨이)·카타리나 비트(동독) 이후 역대 세 번째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전 세계의 눈이 김연아가 어떤 연기를 보여주느냐에 집중된 이유다.
김연아를 향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또 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김연아는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를 건너뛰었다.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오른발 부상 탓이다.
소규모 대회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와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한 차례씩 리허설을 치르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최고의 경쟁자들과 정상을 두고 맞붙은 것은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가 마지막이다.
전 세계로 중계되는 최고의 무대에서 김연아가 모처럼 자신의 연기를 '보내주는' 무대가 소치올림픽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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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훈련, 또 훈련
김연아는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으로 뮤지컬 '리틀 나이트 뮤직'의 삽입곡인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를 선택했다.
그리움과 애절함이 담긴 우아한 연기로 김연아는 심판과 팬들의 마음을 녹일 참이다.
예전과 달리 뚜렷한 캐릭터를 표현하지 않고 아련한 감성을 부드럽게 드러내는 쇼트프로그램으로 김연아는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73.37점,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80.60점을 받아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소치올림픽에서 앞선 대회와 비슷한 점수만 받아낸다면 첫날 선두로 나서는 것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역대 최고 연기에 은메달로 밀려난 아사다 마오(24·일본)가 설욕을 다짐하고 있으나 기량에 격차가 있다는 것이 중평이다.
물론, 올림픽이 개막한 이후 약간의 변수는 생겼다.
우선 개최국 러시아의 '요정'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의 약진이다.
리프니츠카야는 대회 개막과 함께 열린 단체전에서 쇼트프로그램 72.90점, 프리스케이팅 141.51점의 놀라운 성적으로 자국의 금메달을 이끌었다.
리프니츠카야가 두 번의 연기로 받은 점수를 더하면 214.41점에 이른다.
이제 갓 시니어에 데뷔한 젊음을 앞세운 리프니츠카야는 파워 넘치는 점프와 스핀으로 김연아를 위협할 신예라며 러시아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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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 올림픽 챔피언을 향하여
리프니츠카야는 김연아와 같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다.
'교과서 점프'로 명성 높은 김연아와 달리 리프니츠카야는 러츠 점프에서 자주 롱에지(잘못된 에지 사용) 지적을 받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홈 어드밴티지 덕에 소치올림픽에서는 이 지적을 덜 받을 가능성이 있다.
선수의 기술이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판단하는 심판인 '테크니컬 패널'에 러시아인이 포함됐다는 점이 이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김연아의 앞에 놓인 두 번째 변수다.
그러나 김연아는 밴쿠버올림픽에서도 이전까지 자신의 점프에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던 테크니컬 패널을 배정받았으나 완벽한 실력으로 이런 우려를 잠재운 바 있다.
또 하나의 변수를 꼽자면 빙질이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경기에서 선수들이 넘어지는 일이 속출할 만큼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는 얼음 상태가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프니츠카야는 이미 단체전을 치르며 이런 빙질에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현지 도착 후 처음으로 실전 무대에서 빙질 적응 훈련을 마친 김연아는 오히려 "생각보다 빙질이 낫다"며 문제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2/17 05:5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