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미 국무장관 발언, 파장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고 공식발언해 한반도 문제에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나온 말이 아닌,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공식 발언이기에 미국의 대북자세에 모종의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닌지 주목되고 있다. 북한이 핵 포기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일단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데 대화의 전제조건은 없다고까지 분명하게 강조했다. 기존의 미국 입장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느 정도 조율된 것이냐가 관건이다.
정상적이라면 국무장관의 그 정도 수위의 발언은 대통령과 신중한 검토를 거쳐서 나온 것이겠지만 그동안 트럼프와 틸러슨은 북핵 문제를 두고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틸러슨 장관의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성의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그동안의 제안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니 '전제 없이 대화하자'로 압축된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대화를 하려 한다면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돼있습니다. 우린 어떤 전제조건 없이 첫 만남을 할 용의가 있습니다. 만납시다.”라고 말했고 틸러슨은 또 "그냥 만나서 북한이 원한다면 우리는 날씨 얘기를 할 수도 있고, 협상장 테이블이 사각인지, 원탁인지 궁금하다면 그것에 관해 얘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한 번 만나자는 것이다. 표현만 놓고 보자면 완전히 열어놓은 상황인데, 미 언론들도 놀랍다는 반응들이다. 외교전문매체인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래 지금까지 평양을 향한 가장 명확한 외교적 접근 중 하나"라고 했다. CNN은 "공개 초대장을 북한에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과연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과 어느 정도 교감을 거쳐 내놓은 것인가, 즉 트럼프도 이에 동의하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틸러슨의 발언이 나온 직후부터 그런 의구심을 내보이는 분석이 많다. 로이터 통신은 "미 행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틸러슨이 과연 트럼프의 전폭적 지지를 받은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틸러슨의 발언 이후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트럼프의 입장이 뭐냐고 물었다. 샌더스 대변인은 "대통령의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북한은 한국, 일본,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논평만을 봐서는 틸러슨 발언에 대한 트럼프의 전폭적인 지지를 단정지을 수는 없고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으로도 해석되기도 한다. 복수의 백악관 소식통들은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는 물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도 갈등을 빚고 있어 '전제 없는 북미 대화' 발언이 관철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틸러슨, 왜 이런 발언했나?
그렇다면 왜 틸러슨은 이런 주장을 이 시점에 왜 내놓았다고 봐야 할까? 외교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불러들여 보자는 강한 대북 메시지로 보고 있다. 이는 외교적 해법의 시한이 다해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강경파인 맥매스터도 "바로 지금이 북한과의 무력 충돌을 피할 마지막 기회이자 최고의 기회”라고 보조를 맞췄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의 신년사에 전향적인 메시지를 담도록 유도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틸러슨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군사적 옵션도 준비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북진해서 핵무기를 확보하는 방안까지 중국 측 고위채널과 협의했다고 공개해 북한의 오판을 견제했다. 갈수록 한반도의 북핵위기는 심각해져 가고 있다.
스포츠닷컴 국제,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