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무산, 박성진은 부적격 채택, 고민 깊어진 청와대
김명수 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3일 모두 마무리됐다. 다만 여야는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차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오는 14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부터 진행된 인사청문회를 13일 밤 늦게 마무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인사청문회 종료와 함께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민주당은 오는 14일 중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오늘 (채택을) 못 하겠다고 강하게 반대했다"면서 "내일(14일)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를 마치기에 앞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법원장이 되면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들께서 국민을 대표해서 주신 애정 어린 충고를 가슴에 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사법부 구성원과 함께 성심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모든 염려를 하나로 모아서 대법원장이 된다면 그와 같은 일을 마음에 새겨서 보답하도록 하겠다"며 "위원들께서 주신 애정어린 충고를 가슴에 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사회를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사법부 구성원과 함께 성심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야 의원들은 이틀에 걸친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 자질 문제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보수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사상 검증의 장'으로 변질될까 우려를 표시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김 후보자의 경력이 부족하고 '좌편향' 우려가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회 산업위, 박성진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
한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업위)는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묵인하는 형식으로 동조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이날도 자진 사퇴하지 않았고, 청와대도 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분간 시간을 두고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방안과 박 후보자를 포기하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올려놓고 상황을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기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물러나라'는 사인이라는 관측이 많다.
국회 산업위는 이날 박 후보자에 대해 "신상 및 도덕성과 관련해 후보자가 뉴라이트 관련 인사의 참석 적절성에 대한 충분한 판단 없이 학내 세미나에 추천하거나 초청한 것은 책임성이 부족한 행위"라고 밝혔다. 또 "역사관 논란, 신앙과 과학 간 논란 등에 대해 양립할 수 없는 입장 등 국무위원으로서 정직성과 소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민주당은 적극 나서는 것도, 그렇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닌 모양새를 취했다. 민주당은 오전까지만 해도 박 후보자가 임명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야당 요구대로 부적격 의견으로 보고서를 채택하는 데 동참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상임위가 열리고 보고서를 의결할 때는 민주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동참하기는 뭐하니 묵인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그러면서 '부적격 보고서'가 채택되자 유감을 표명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이번 처리 과정에서 원만히 협의되지 못한 것은 여당 간사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야당이) 인사 문제에 발목 잡기를 하고, 정부 출범 이후 전혀 일할 수 없게 만든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해 여당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퇴양난, 고민 깊어진 청와대
박 후보자가 스스로 사퇴할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공은 청와대로 넘어갔다. 하지만 청와대는 박 후보자 문제에 대해 침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명 철회를 하는 것도, 임명을 강행하는 것도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가 도착하면 문 대통령이 일단 그것을 검토한 뒤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시간을 두고 여론 등을 관망하면서 박 후보자 문제를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명 철회나 임명 강행 모두 청와대로선 부담되는 선택지다. 우선 문 대통령이 여야 의견을 수용해 장관 지명을 철회할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아닌 대통령의 지명 철회라는 결과가 된다. 그동안 청와대는 안경환·조대엽 후보자 등이 스스로 물러나면 "본인 의사를 존중한다"는 식으로 본인들은 뒤로 빠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박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서 청와대가 인사 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당장 야권에서 '청와대 인사 라인 개편' 요구가 격화되고, 정국과 국정 운영의 분수령이 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대로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박 후보자의 보수적 역사관을 문제 삼아온 지지층의 이탈 현상을 감수해야 하고, 당·청(黨·靑) 관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야당과의 관계가 더 나빠지는 건 물론이다.
청와대는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하는 현안 점검 회의에서 박 후보자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해온 만큼 당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표결과 박 후보자 사퇴를 연계해 야당에 김 후보자 국회 표결을 요구하는 '주고받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스포츠닷컴 정치1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