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북기조-‘대화’ 사라지고 ‘압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기조가 '대화'에서 '제재와 압박'으로 옮겨간 것 같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속에서도 '투트랙 방침'을 고수하는 한편, 그 가운데서도 대화에 방점을 두는 모습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의 핵심 대북정책인 '베를린 구상' 자체가 북한과의 접촉 및 대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골자로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이라는 사상 초유의 도발을 감행하자, 문 대통령도 대북기조를 제재와 압박 쪽으로 선회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한국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500kg)을 해제하기로 합의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금지 등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경제적으로도 북한을 초토화시키겠다는 의지라는 해석이다.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에게 이같은 요청을 한 것은 반드시 북한에게 압박적 타격을 입히겠다는 차원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엔 안보리에서 원유금수조치가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인도적 차원'으로 접근해 이를 반대해왔다. 문 대통령의 대북 압박 의지는 북한의 핵실험 도발 직후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도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우리 군은 4일 F-15K 전투기 및 현무미사일로 북한 핵실험 지역을 겨냥한 합동 실사격훈련을 실시하며 대응 무력시위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또한 아베 신조 일본 수상을 시작으로 독일, 미국, 러시아 등 총 4국 정상과 통화를 갖고 외교적 압박에도 나섰다. 문 대통령은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최고 수준의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우선 아베와는 한일뿐만 아니라 한미일간 공조를 통해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수상과도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 대응조치"를 이루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은 잇단 북한의 도발에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5일 러시아 타스(TASS) 통신의 세르게이미 하일로프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북핵에 대한 모든 종류의 대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청와대는 애초부터 문 대통령이 대북문제에 있어 대화부터 내세운 적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만큼 대북정책에 있어 한껏 날이 서있다는 점을 표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4일)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수단으로 대화를 강조한 적이 결코 없다"며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와 압박을 강하게 해야 하고, 그 결과,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통령이 대북기조의 무게추를 다소 옮겼을 뿐 '대화의 끈'은 완전히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궁극적 대북정책은 여전히 '베를린 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대북 위기가 해소된 후 북한과의 관계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