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은 한,미,일 그리고 한반도
문 대통령, 아베와 통화, "지금까지와 다른 차원의 北절감할 실질적 조치 필요“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과 관련, "국제사회와 협력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이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몇 배 더 강한 위력을 보였고, 북한 스스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해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아베 총리와 통화한 것은 5월 11일, 5월 30일, 8월 7일과 25일, 30일에 이어 이번이 여섯 번째다. 문 대통령은 "북한 스스로 대화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최고 수준의 제재·압박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이 절감할 다른 차원의 실질적인 조치'는 원유 공급 차단 등 북한을 경제적으로 옥죌 유엔 차원의 조치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 석유수출 금지,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새 결의안 추진을 의미한다"며 "이런 내용이 합의되면 우리는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핵실험이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것으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며 핵실험 규모와 성격이 과거와 다른 엄중한 도발이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강력히 규탄했다. 또 한·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로 북한에 최고로 강력한 압박·제재를 가하자는 인식을 같이하고, 그 일환으로 보다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키로 했다.
미국, '대북정책, 한미간 이견 전혀 없다‘
한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도 대북정책을 놓고 한·미간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4일 밝혔다. 미국 NSC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언급한 글을 띄운 뒤 청와대가 외교경로를 통해 그 경위를 질의하자 이 같은 입장을 보내왔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 NSC로부터 어젯밤 답신을 받았다"며 "한·미간에 이견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새벽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내가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their talk of appeasement with North Korea)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말해, 외교적으로 미묘한 논란을 낳았다.
송영무 국방장관, "NSC서 대화보다 군사적 대치 강화로 의견 모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4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북한과의 대화보다는 군사적 대치 강화 방향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어제 NSC 회의에서 (북한이) 핵실험 한 이 상태는 베를린선언이나 대화보다 군사적 대치 상태를 강화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방향 아니겠는가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른정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이 'NSC에서 의견이 모였다는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미 전략자산, 센놈 온다
한편, 우리 군은 4일 6차 핵실험 장소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를 상정해 미사일 실사격 합동훈련을 처음 했다. 북한의 도발 원점이 어느 지역이든 상관없이 우리 군이 가진 핵심 무기로 응징한다는 의지를 북한에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동해안에서 이뤄진 육·공군 합동 미사일 실사격 훈련에는 사거리 300㎞의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사거리 270㎞인 공군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이 동원됐다. 현무2-A는 해안에서, 슬램-ER은 F-15K 전투기에서 각각 1발이 발사됐으며 공해상에 설정한 타깃을 정확히 명중했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탄두중량 500㎏으로 개발한 현무2-A는 최근 탄두 중량이 1.5t가량으로 증대됐으며 미국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탄두 중량의 2배에 달한다. 지하 관통력이 우수해 북한의 지하벙커를 파괴하거나 피해 반경을 확대할 때 사용하는 미사일이다. 풍계리 핵실험장에 떨어지면 자탄이 쏟아져 축구장 2개 면적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핵실험장 갱도 인근의 지원시설은 모두 날아간다. F-15K에서 발사한 슬램-ER은 북한의 주요 건물과 장사정포 진지, 미사일 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는데 동원된다.
하푼 대함미사일을 공대지 미사일로 개조한 것으로 최대 270㎞ 떨어진 목표물을 3m 이내의 오차로 정밀타격할 수 있다. 철근 콘크리트 1.2m를 관통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군사분계선 근처 상공에서 발사하면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합참은 "이번 합동 실사격은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까지의 거리를 고려해 공해상 목표지점을 향해 실시했다"며 "유사시 적의 도발원점 및 지휘·지원세력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도발 원점과 지휘·지원세력까지 제거하겠다고 천명한 군의 의지를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실거리에 맞는 무기를 동원해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곧 이어질 한미 연합군의 대응 조치들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를 정조준하는 무력 응징 시위성 훈련이 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평양으로 은밀 침투할 수 있는 F-22와 F-35B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유사시 북한에 응징보복을 가할 수 있는 다량의 폭탄(핵폭탄)을 탑재하는 B-1B, B-52, B-2 폭격기를 비롯한 한 국가의 전투력과 맞먹는 핵추진 항공모함 등의 출동이 예상된다.
한미는 북한 지도부의 가상 은신처를 목표로 설정해 전략폭격기의 실제 무장 투하 훈련도 하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략무기를 전개 및 운용하는 방안이 협의되고 있다"면서 "센 놈 위주로 세게 억제 의지를 보여주자는 데 한미 공감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일회성으로 왔다 가는 방식에 여러 비판적인 말들이 나오는 것을 양측이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전략무기 순환배치 등 다양한 방식을 협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포츠닷컴 국방안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