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게이트, 옥씨,“차용증 쓴 적 없다” vs 이 대표 “자료 곧 제출”
참으로 대한민국의 정치권, 정당은 왜 이모양들인가? 정기국회는 본 궤도에 올랐지만 제3, 제4 정당의 대표가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불미스럽게도 이번에는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가 금품수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차용증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여성과 자신 있다는 이 대표 모두 믿을 수 없는 지경이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전날 (차용증 같은 걸 쓰거나 그런 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있습니다. 있는데, 언제라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었다.
이혜훈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금품수수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문제의 당사자 사업가 옥모 씨는 금전거래 차용증을 쓴 적이 한 번도 없다고 재반박했다. 옥모 씨 홍보대행사 대표는 "차용증 쓰고 줬다는데, 차용증을 저는 받은 적도 없고 쓴 적도 없고. 이야기한 적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옥 씨는 지난 3월 관계가 악화된 뒤에서야 이 대표가 돈을 갚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 거짓말이에요. 물건값도 다 안주고 돈도 다 안 갚고 옷도 안 줘놓고 줬다고 거짓말." 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대표가 수시로 돈을 빌리고 갚았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금품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도 입장이 엇갈린다. 이 대표가 대가성 돈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옥 씨는 사업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 명품가방과 시계, 현금 등을 제공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대표가) 하남에 ○○ 거기 앞에 공사하는 30억 원(공사를) 따주면 3억 원을 달래요. 그래서 좋다고." 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의혹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모든 것을, 진실을 밝혀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차용증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영수증 등 증빙내용이 있다는 말이었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곧바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에 사건을 담당 부서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두 사람 중 누구 하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고 ‘바른정당’ ‘보수혁신’의 기치를 내건 정당의 대표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만으로도 큰 파장이 일 전망으로 보인다.
옥씨는 누구?
한편, 8월 31일 YTN에 따르면, 사업가 옥씨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에게 명품 가방과 시계를 포함해 수천만원대 금품을 줬다고 주장했다. 옥씨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한 여성지에 이 대표를 주목할 만한 차세대 정치인으로 소개하는 기사의 섭외비와 광고비 등으로 수백만원을 자신이 부담했다고 했다. 그는 또 이 대표에게 2015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호텔과 사무실, 커피숍 등에서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씩을 줬고, 명품 가방과 옷, 시계, 벨트, 지갑도 선물했다고 말했다.
옥씨는 이렇게 10여 차례에 걸쳐 총 6000만원이 넘는 금품 등을 이 대표에게 건넸다고 주장했다. 옥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는 “뭐든지 자기가 당선되면 도와줄 테니까 돈을 좀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3월 8일에 제가 ○○호텔에서 현금 500만 원을 줬어요. (당선) 되고 나서 4월 14일에 ○○라는 일식당이 있어요. 당선도 되고 해서 그날 제가 500만 원을 그 자리에서 줬거든요”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당내외 파장은?
한편, 진정한 보수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야심 차게 출발한 이혜훈호(號)의 바른정당은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크게 휘청거리며 패닉상태에 들어갔다. 자유한국당으로의 '통합흡수설', 국민의당과의 연대 등 안 그래도 당의 자력 존립기반을 흔드는 이슈로 당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당의 간판인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불거지자 당원들은 말 그대로 '패닉' 분위기 그 자체다. 바른정당은 1일 저녁 주호영 원내대표 주재로 의원 전체 만찬을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지만 이날 오후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당초 이혜훈 대표가 만찬을 주재할 예정이었지만 주재자가 갑작스럽게 주 원내대표로 바뀌었다가 아예 만찬 자체가 취소된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어제(31일) 만나기도 했고, 참석자도 저조해 취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는 당내 분위기가 그만큼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은 당분간 초대형 악재로 부상한 이 대표의 금품수수 의혹과 더불어 최근 거론되는 한국당·국민의당과의 통합 내지 연대론 등으로 몸살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금품수수 의혹 제기 자체만으로도 이 대표의 리더십에 생채기가 난 만큼 앞으로 그의 거취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만약 거취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경우 당은 찬반양론으로 나뉘며 한 차례 큰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주 원내대표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 이 대표의 거취 관련 질문에 "상황의 진전에 따라서 이 대표가 결심할 상황이고, 당원들의 뜻이 모일 것으로 본다"고 말해 지금의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바른정당은 오는 7일로 예정된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이 대표 대신 주 원내대표가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당혹스러움은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아직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돈을 줬다는 사람의 말에도 신빙성이 없다. 현재로서는 이러쿵저러쿵 말할 단계가 아니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한 중진 의원은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향후 당에 미칠 파장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며 "이 대표 체제도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당 내분 조짐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누군가 금품수수 의혹을 고의로 들고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대표적 자강론자인 이 대표 체제를 달가워하지 않은 세력들이 당 안팎에서 '이혜훈 흔들기'에 나섰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당 안팎에서 '기획의 냄새가 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품수수 의혹으로 무거운 분위기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낄낄대는 사람도 있다"며 "비정상적 의혹 제기에 엉뚱한 사람만 상처받고 난 뒤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품수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 자체가 '깨끗한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바른정당이 추구하는 보수개혁론이 암초를 만났다. 당의 존립이 중요한 이 시기에 왜 하필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졌는지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일로 자강론을 앞세우는 이 대표 체제의 힘이 빠지면, 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의 통합연대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당내에선 이 대표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고 자강론이 한풀 꺾일 수는 있어도 한국당·국민의당 등과의 통합연대 논의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의원은 "타당과의 통합연대는 (의혹과) 별개의 문제"라며 "특히 한국당과의 통합은 친박(친박근혜) 청산 등 통합의 환경이 마련돼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국민들은 이제 정치권의 이런 행태 자체가 무척 짜증나는 지경이다.
스포츠닷컴 정치,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