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대북대응과 코리아 패싱
북한 미사일 도발, 한국과 일본, 미리 알았지만 대응태도 차이 너무 커
국가정보원이 29일 “미국이 전날(28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하려는 징후를 평안북도 동창리에서 사전에 포착하고 한국에 전달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57분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 끝에 있는 보조 활주로에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북한이 민간공항인 순안공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처음이다.
평북 동창리는 평양에서 북서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곳이며 미사일은 최대 고도 550㎞로 2700여㎞를 비행해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복수의 정보위원은 “미국이 위성을 통해 북한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장면과 차량 이동 등을 포착해 한국 정보 당국에 알려왔다”며 “이번에 발사체로 추정하고 있는 ‘화성-12형’의 경우 액체연료 주입에 한 시간 정도 걸려 사전 포착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국회 정보위원은 “동창리에서 평양 순안비행장까리 거리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동창리에서 연료를 넣어서 준비한 것”이라며 “액체연료는 시간이 오래 경과되면 안 되기 때문에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연료를 주입해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보내 준 위성 분석자료를 토대로 정보 당국과 한미연합사가 공동 분석작업을 벌였고, 이를 통해 정부는 오늘(29일) 새벽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코리아 패싱 우려 커져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정보를 하루 전 입수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에는 차이가 있었다. 자국 머리 위로 미사일이 통과하려 하자 일본 소방청은 4분 만에 ‘J얼럿’이라는 비상경보 시스템으로 홋카이도를 포함한 12개 지역에 “피난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미사일이 일본 상공에 도달하기도 전이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재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해 북한 도발을 ‘폭거’로 규정했다. 그런 뒤 오전 9시24분부터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0분간 전화통화를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NSC를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했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또는 아베 총리와 통화하지 않았다. 29일 오전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던 시간 한국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시작했다. 한·미·일 삼각동맹에서 한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도발 이후 결국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고, 군은 F-15K 4대를 즉각 출격시켜 북 지휘부 격멸 훈련인 8발의 폭탄 투하 훈련을 했다. 하지만 ‘무력시위’ 4시간 뒤 문 대통령은 “오늘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있었지만 그럴수록 남북 관계의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통화에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며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코리아 패싱, 이런 태도 때문에 국민은 더 불안하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