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대국민 보고회’, 야당들, “대의제 무시는 표퓰리즘” 비판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대국민 보고회’를 했다.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이은 두 번째 ‘국민소통’ 행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렇게 (간접민주주의를) 한 결과 우리 정치가 이렇게 낙오됐다, 낙후됐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이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사례로 촛불 집회와 댓글 달기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촛불 민주주의로 탄생한 정부’를 강조한 취지로 보인다. 일각에선 그러나 ‘정치가 낙후했다고까지 한 건 과도한 비판’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높은 지지율에 취해 의회민주주의 마저 무시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정희 한국외대(정치학) 교수는 “의회민주주의가 근간이 되고 부족한 점을 직접민주주의가 채울 수는 있지만 이것이 의회정치를 대체하거나 대의제보다 우선시된다면 자칫 포퓰리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민 세금을 일자리를 만드는 데 쓰는 것이 세금을 가장 보람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핵심 일자리 공약이다.
문 대통령은 “두고두고 세금 부담이 느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 세대가 청년 취업연령층에 와 있다”며 “2022년부터는 5년마다 100만 명이 줄어들 정도로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든다. 몇 년만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면 그 뒤에는 더 많은 예산 부담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지상파 3사와 2개의 뉴스채널 등으로 생중계된 보고회 2부부터 출연했다. 이 동안 두 개의 질문을 받았다. 문 대통령의 등장 전에는 주요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수석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이 같은 형식에 냉소적이었다. “쇼(show)통의 끝을 보았다”(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는 평까지 나왔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상황은 시시각각 엄중해지고 있고 일선 장병들은 을지훈련 준비에 한창이고 K-9 자주포 순국 장병들의 영결식이 당장 내일인 이 밤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셀프 백일잔치’를 할 만큼 우리 상황이 그리 한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탁현민 행정관을 떠올리기도 했다. 양필순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탁 행정관이 차려놓은 잔칫상에 문 대통령이 주연 배우처럼 등장하는 보여주기식 소통 행보를 언제까지고 되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일요일 밤 방송들이 대거 중계한 걸 두고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시청권, 방송 선택권은 어떻게 보장되어야 하는가”라며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방송 개혁의 결과가 이러한 모습이라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공영방송과 뭐가 다를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에서는 야당에도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스포츠닷컴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