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기업 삥뜯기'와 '은밀한 거래'는 이러했다
삼성 이재용 "대통령 강요로 최순실 지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압박에 가까운 강한 요구에 밀려 삼성그룹이 최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그러나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압박이 있었다고 해도 이는 향후 재판에서 형량을 결정할 때 선처 고려 요소일 뿐, 삼성그룹 핵심 수뇌부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3일 특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전 부회장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뇌물공여 혐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서 박 대통령의 강한 압력 탓에 원치 않게 최씨 일가에 거액의 지원을 결정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승마 유망주 육성 명분으로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또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자금은 다른 승마선수들에게 한 푼도 돌아가지 않고 모두 최씨 가족의 독일 부동산 매입 등 생활비 등에 쓰였다. 삼성은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평창올림픽을 활용해 이권을 챙기려 세운 것으로 드러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또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중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안가 독대 때 박 대통령이 코레스포츠 계약 등 승마 관련 지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역정을 내 긴급히 내부 회의를 열어 경위를 파악하고 최씨 일가 지원을 지시했다고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회장은 이 무렵에야 최씨의 구체적인 존재를 알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특검팀은 지난해 2월 독대 때에도 박 대통령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0억원 규모의 추가 기부를 하라고 이 부회장 측에 요구한 구체적인 정황도 파악했다.
특검은 앞서 조사한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이 부회장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는 등 삼성그룹이 강요에 따른 '피해자'였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법리 검토 결과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 특검 관계자는 "우리 판례로는 압박을 느껴 돈을 건넸다고 해도 공여자 역시 처벌을 받는 것으로 본다"며 "삼성의 논리는 양형(형량을 정하는 것)에서만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삼성 측 주장을 반박했다.
법학계에서는 공무원이 압박이 아닌 협박에 이르는 수단을 동원, 직무 범위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았을 때 이를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동시에 여러 개의 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으로 봐 공갈죄와 뇌물수수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다수설이다. 판례도 공무원이 직무집행의 의사를 갖고 직무와 관련해 갈취했으면 수뢰죄와 공갈죄가 동시 성립(상상적 경합)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에는 돈을 건넨 사람은 피해자의 성격이 있어 처벌할 수 있다는 견해와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상존한다.
관세청, 朴대통령-SK 최태원 면담 직후 면세점 확대 검토
한편, 최순실-박근혜 게이트의 SK수사의 경우는 작년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한 직후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추가방안 검토에 착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면세점 갱신 심사 탈락으로 타격을 입은 롯데와 SK에 다시 기회를 주면서 '비선 실세'최순실(61·구속기소) 소유 스포츠사업 기업에 지원하라고 '뒷거래'를 한 게 아닌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특검은 삼성 뇌물 혐의 수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롯데·SK를 상대로 한 뇌물 수사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13일 특검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2월 16일 박 대통령과 최 회장 간 단독 면담 직후 김낙회 당시 관세청장은 '면세점 특허를 추가로 낼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실무진에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이미 2015년 7월께 2000년도 이후 15년 만에 서울에 시내면세점 2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2015년 11월엔 롯데월드타워와 SK워커힐이 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탈락해 몇 달 지나지 않은 상태여서 면세점 신규 공고를 내면 특정 기업을 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이 뻔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담당 부서는 검토 결과 4곳까지 추가해도 관련 법규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김 청장에게 보고했다. 김 청장은 박 대통령과 최 회장과의 독대 이틀 뒤인 작년 2월 18일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면세점 관련 현안보고를 했다. 당시 관세청은 현안보고에서 SK, 롯데의 특허 상실에 따른 보완대책으로 이른 시기 안에 면세점사업자로 추가 선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의 검토에 따른 추가 면세점사업자 선정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관세청은 그해 4월 29일 서울에 시내면세점 4곳(중소기업 1곳 포함)을 추가로 선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면세점 사업과 관련한 애로사항 전달은 그해 3월 14일 있었던 신동빈 롯데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도 있었다. 특검은 일련의 정책결정 과정이 박 대통령과 최 회장과의 독대 자리에서 오간 '거래의 대가'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신 회장과의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면세점 관련 애로사항을 듣고 대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SK 측은 면세점 탈락에 따른 보완책으로 신규 사업자 선정을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런 요구는 대통령 비서실이 독대 전에 미리 작성한 '대통령 말씀자료'에도 담겼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을 약속하는 대가로 K스포츠재단 관련 사업에 추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 독대가 있고서 8일 뒤인 작년 2월 24일 SK의 박영춘 전무는 정현식 당시 K재단 사무총장에게 연락해 사업 지원 논의를 위한 만남을 요청했다. 이후 K재단은 SK 측에 체육인재 해외전지훈련 사업에 80억원을, 롯데에는 하남 체육시설 건립사업에 75억원을 추가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K재단이 제안한 형태였지만 사업 이권은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케이와 독일 법인이 챙겨가는 구조였다. 롯데는 이후 그해 5월께 실제 70억원을 K스포츠재단 측에 입금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돌려받았다. SK는 사업의 실체가 없다며 거절하고서 30억원으로 축소 제안했고 종국에는 추가 지원이 무산됐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면세점 신규 사업자 발표에서 롯데는 추가 사업자로 선정됐지만, SK는 탈락했다. 발표 당시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SK와 롯데에 현안 해결을 대가로 최씨 개인기업에 출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스포츠닷컴 사회팀